이재명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한 호텔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1억달러 규모의 포괄적 지원을 약속하면서도 살상무기는 지원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은 유지했다. 유럽 국가들에 무기 수출을 확대하면서도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는 ‘균형 외교’를 도모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내 북한군 포로 문제는 당사자들의 자유의사를 존중해 인도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가 이틀 차인 이날 오후 앙카라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약 43분간 정상회담을 열고 우크라이나 지원과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1억달러 포괄적 지원 공약을 발표했다”며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인도적 지원을 지속하면서 우크라이나 복구․재건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지속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지원에 감사하다”며 “조속한 전쟁 종식과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회복을 위해 앞으로도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재건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내 북한군 포로 문제를 두고 “당사자들의 자유의사를 존중해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고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북한군 포로 2명은 그동안 한국행 의지를 밝혀왔다.
두 정상은 한반도 및 우크라이나 정세와 관련 폭넓은 의견을 교환하고 양국 관계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앙카라 현지 브리핑에서 “이번 1억달러 공약은 우리의 기여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은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지원 내역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살상무기를 제외한 다른 영역에서 지속해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살상무기 지원 배제 방침을 밝힌 것은 나토 동맹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동시에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나토는 한국에 우크라이나 우선지원목록(PURL·Prioritized Ukraine Requirements List) 참여를 요청해왔다. 우크라이나가 필요한 무기 목록을 제시하면 참여국들이 비용을 분담해 미국산 무기를 사서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간접 지원 방식이다. 한국은 그동안 방탄복과 헬멧 등 비살상 장비만 지원하며 살상무기 지원 불가 원칙을 유지해왔다.
한국이 유럽에 무기 수출을 확대하려 할수록 나토 회원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정·군사 지원 확대 요구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딜레마다. 한국이 PURL에 참여하면 우크라이나에 간접적인 무기 지원에 동참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 러시아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2월 한국이 PURL에 참여한다면 “우리는 비대칭 조치를 포함해 보복 조치할 권리를 실행할 수밖에 없다”며 “한반도에 대한 건설적 대화를 복원하는 전망을 파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협력이 강화될 경우 이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에도 부담이 된다. 한국 정부는 PURL 참여 여부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무기 거래를 넘어 공동 개발·생산으로 협력을 확대하자고 나토에 제안한 ‘방위산업 파트너십 2.0’ 구상도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방위산업 파트너십 2.0 제안이 사실상 나토 편입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나토에 들어가지 않고 우리는 파트너국으로서 있으면서 협력하는 외부 국가로서 파트너십을 강화하자는 취지”라며 “중국·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한 영향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노르웨이·루마니아 등 나토 회원국 정상들과 잇달아 양자 회담을 열고 방산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와 만나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 등 우리 무기체계에 지속적인 신뢰를 보여준 것을 바탕으로 첨단 방산기술과 국방산업 분야에서의 협력이 더욱 강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니쿠쇼르 단 루마니아 대통령에게는 “루마니아 듬보비차주에서 K9 자주포 현지 공장 건설이 시작되는 등 호혜적인 협력이 심화되고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전날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미국이 요청했던 군용 선박 건조와 관련한 후속 협의를 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하고, 우수한 선박 제조 역량을 가진 우리 기업들에 대해 소개했다”고 전했다. 양 정상은 또한 약 3주 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당시 약속한 골프 회동을 상기하며 적절한 시기에 이 대통령의 방미를 추진해, 그 계기에 골프 라운딩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와 트럼프 대통령 (앙카라=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부부 주최 공식 환영 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