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디스크로 아픈 중년이나 할배 할매들은 밤마다 외마디 비명을 질러. 허리는 뇌와 연결이 돼 등에 달라붙은 뇌라고 한다지. 허리가 생각을 하는지도 몰라. 허리를 구부려 짓는 농사일로 농부들은 고질병을 앓아. 마음도 병이 들지. 농부라고 쓰면 창피하다며 자식놈이 ‘곡물 팽창업’이라고 부모님 직업란에 적었다나 어쨌다나. 세월이 흘러 흘러 농촌마을은 전원주택단지로 불리고, 사는 것은 똑같은데 변경된 주소지 ‘전남광주특별시’. 특별할 것은 당최 모르겠고 밤의 디스크쇼는 이종환 아저씨가 없어도 여전히 계속돼. 밤마다 허리 디스크가 도져.
천명관 샘의 신작 소설 <아코디언>을 읽었다. 옥수수를 삶아 놓고, 하모니카처럼 물고서 독서 삼매. ‘어메이징 그레이스, 홍콩아가씨, 테네시 왈츠, 열아홉 순정, 베사메무쵸’ 노래 따라 앵벌이 인생의 사연을 따라갔다. 며칠 틈 내서 읽느라 허리가 아팠지만 그 친구들 아코디언 연주가 귀에 쟁쟁히 들리더라. 밤엔 ‘백색 소음’이 필요해 라디오를 켰는데, 요새 노래는 입맛에 안 맞아. 유튜브를 열었더니 1980년대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가 그대로 있네.
아저씨는 영어를 모르는 ‘영맹’을 위해서 가사를 읊어주기도 했지. 가령 비틀스의 명곡 ‘렛잇비’를 틀어두고 아저씨가 이렇게 멘트를 날린다. “어머니는 내게 현명한 지혜의 말씀을 해주셨지. 내버려둬라, 내버려둬라… 어차피 마음 상한 사람들이 사는 세상. 서로 헤어진다 할지라도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있는 법. 현명한 대답은 그저 내버려둬라, 내버려둬라…” 냅둬부러 하면서 머릿속으로 주문을 왼다. 언제 좀 자유로워질까. 허리춤을 놓아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