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협상 진척 없자 ‘엄포’
나토서 이란전 불참 등 불만 토로
스페인 향해 ‘무역 중단’ 위협도
비공개 회담선 “나토 잔류 원해”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7~8일(현지시간)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는 미국과 유럽 동맹 간 균열을 다시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린란드 매입 문제와 이란과의 전쟁 문제를 재차 꺼내 들며 나토를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그린란드는 덴마크가 아니라 미국이 통제해야 할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덴마크는 그린란드를 지원하는 데 돈을 제대로 쓰지 않는다. 그린란드 주변에는 중국 함선과 러시아 함선이 있는데, 그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에 동참하지 않은 나토에 대한 불만도 쏟아냈다. 그는 “나토에 매우 실망했다”며 “정상회의 개최지가 내 친구인 강한 리더가 있는 튀르키예가 아니었다면 불참했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유럽에서 군대를 전부 빼낼 수도 있다”며 “유럽이 이민과 에너지 문제를 조심하지 않으면 더 이상 유럽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진전을 보이던 외교적 해법을 사실상 뒤엎었다고 보도했다. 그린란드 관련 협상에 참여해온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두고 “답답한 일”이라고 이 신문에 말했다. 미국과 덴마크, 그린란드는 냉전 시대 방위협정을 활용해 미군의 그린란드 내 주둔을 확대하는 절충안을 놓고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그린란드 항구 사용권과 섬의 매각 여부를 둘러싼 이견으로 협상이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발언에 유럽은 반발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8일 “우리 영토를 포함해 나토 전체를 한 치도 남김 없이 수호할 준비가 돼 있다”며 “모든 동맹국이 그린란드 주민의 자결권을 존중하길 바란다. 그린란드는 당연히 매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레이철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도 “그린란드의 미래는 그린란드와 덴마크 국민이 결정할 문제이지, 미국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에 대한 스페인의 기여가 충분하지 않다며 스페인과의 무역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는 스페인에 대해 “희망이 없는 나라”라고 맹비난하면서 “우리는 더 이상 스페인과 어떤 무역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과 관련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도와주지 않아서 관계가 “조금 나빠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럼에도) 나는 그녀를 좋아하고 그녀는 멋진 사람이지만 실수했다고 본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멜로니 총리는 미군기의 시칠리아 공군기지 사용 문제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을 비판한 교황 레오 14세를 비판한 일 등으로 갈등을 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을 비판하면서도 정상회의 비공개 회담에서 나토 잔류 의사를 밝혔다고 AFP통신 등은 회의에 참석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여러분과 함께 계속 남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에 동참하지 않은 나토에 대해 “실망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나토 회원국들의 기여가 적다며 탈퇴를 시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