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란저수지 제방 붕괴로 피해 키워
규모 확대 매몰된 치수 정책 ‘한계’
중국에 상륙한 태풍 마이삭이 중국 서남부 곳곳에 물폭탄을 뿌리며 막대한 피해를 낳고 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인 광시좡족자치구 헝저우시에서 지난 6일 발생한 류란저수지 제방 붕괴 사고는 특히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헝저우시 당국은 지난 5일 류란·윈뱌오·산차·차위안 등 4개 저수지의 수위가 급상승하자 비상대응 1단계로 상향하고 방류를 결정했다.
당국은 6일 오전 9시까지 인근 주민들에게 4차례 경보를 내렸으며 오전 10시 저수지 수문을 개방했다. 10시20분쯤 류란저수지 동쪽 제방이 50m가량 무너지며 물폭탄이 마을을 덮쳤다.
피난 중이던 저수지 인근 두톈춘 주민들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양청시바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8일 기준 류란저수지 수위는 낮아지고 침수 지역의 물도 빠졌으나 주민들은 여전히 물, 전기, 통신이 끊긴 채 갇혀 있다. 당국은 드론으로 구호품을 배급하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광시성에서는 지난 7일까지 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실종됐으며 13만명이 대피하는 등 총 37만5000명이 피해를 입었다. 간쑤성 룽난시에서도 산사태로 21명이 사망하고 후베이성에서는 황강에서 발생한 토네이도에 휩쓸려 11명이 숨졌다.
류란저수지는 1958~1960년 조성됐다. 흙으로 된 제방 높이는 42m, 저수 용량은 9552만㎥이다. 수력 발전과 농경지 관개, 주민 21만명의 식수원으로 사용된다.
중국신문주간에 따르면 이 저수지는 시설이 노후화되고 제방에 금이 가는 등 문제 저수지로 지목돼왔다. 당국은 3억8000만위안(약 841억원)을 들여 지난해 6월 제방 보강공사를 했다. 당국은 공사 결과를 두고 “100년 만의 홍수도 견딜 수 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제방 붕괴로 그 말이 무색해졌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수십년 된 치수 정책이 극단적인 기후변화와 맞물려 나타난 결과라고 진단했다. 우선 중국 기상당국은 태풍의 진로 예측에 실패했다. 이달 초 베트남 해상에서 발생한 마이삭은 하이난에서 우회하는 듯했으나 예상을 깨고 지난 4일 본토로 북상했다. 중국 전역에 10만개의 크고 작은 저수지와 소규모 운하가 조성돼 있는데, 이 저수지들이 홍수 피해를 키웠다. 평년 이상의 집중호우가 내리자 발전, 농업용 저수지와 운하에 저장된 물은 더 빠르고 규모가 큰 범람으로 이어졌다.
마오쩌둥은 1950~1960년대 대약진 운동을 추진하면서 곳곳에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관개 및 발전용 저수지를 대거 만들게 했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의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지방에 전력과 물을 제공할 수 있었다. 이는 훗날 중국 경제가 도시에 자원을 몰아주며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처음부터 부실하게 만들어진 농촌의 댐과 저수지는 갈수록 위험 요소가 됐다. 1975년 태풍으로 댐과 저수지가 무너져 수십만명이 사망한 빈차오 참사가 대표적이다.
참사 이후 댐과 저수지는 보강공사를 거쳐 더욱 거대해졌고, 더 많은 물을 담게 됐으며, 집중호우 시 방류 피해가 더 커지는 악순환이 일어났다.
중국 과학사를 전공한 이종식 카이스트 교수는 “지방 자체의 자력갱생식 전력 생산이라는 과거 마오쩌둥 시기의 패러다임 아래 지어진 인프라가 오늘날 유례없이 강화된 기후 압력, 기후위기의 예측 불가능한 재난 앞에 놓였다”면서 “이런 국면에서 재해 대책은 댐과 제방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중앙과 지방의 거버넌스를 만드는 것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