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지난해 12월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국군방첩사령부가 여인형 전 사령관 재직 시절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블랙리스트’에 여 전 사령관의 내란·외환 혐의 사건 변호인도 올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는 여 전 사령관이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당시 야권 인사와 친분이 있는 군 법무관들을 솎아내기 위해 명단을 만든 것으로 의심한다.
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종합특검이 확보한 ‘최강욱 리스트’에 여 전 사령관의 내란·외환 혐의 사건을 변호하는 박용석 변호사(법무법인 용산)도 포함됐다.
최강욱 리스트는 방첩사에서 작성해 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블랙리스트 중 하나이다. 군 법무관 출신 최 전 의원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지목된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 30여명에 대한 평가 등을 기록한 문건이다. 여 전 사령관 재임 당시인 2024년 만들어진 것으로 특검은 보고 있다.
박 변호사는 문재인 정권 당시 육군 법무실장을 지냈다. 다만 최 전 의원과는 근무 이력 등 별도의 연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그가 비육사 출신으로서 진보 정권에서 장성급 법무 참모 자리에 오르는 등 이력 탓에 명단에 포함됐다고 보고 있다. 박 변호사는 12·3 내란·외환 사건에서 여 전 사령관을 변호를 맡았는데, 그의 의뢰인이 과거에 작성하도록 지시한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셈이 됐다.
김상환 전 육군 법무실장은 자신이 이 리스트에 올라가 부당하게 전역하게 됐다고 주장하며 지난 2월 여 전 사령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리스트 문건에는 ‘김상환 장군은 임기가 끝난 뒤 전역시켜야 한다’, ‘과거 집단행동 이력이 있고, 최강욱 라인이기 때문에 국방부 검찰단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부적합하다’ 등 내용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현재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수감 중인 여 전 사령관을 지난달 23일 체포해 이 리스트와 관련해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으나, 여 전 사령관은 모든 진술을 거부했다고 한다. 다만 여 전 사령관 측은 이 리스트는 전임 사령관 시절부터 작성됐고 박 변호사가 이름을 올린 것도 그때부터라는 입장이다.
특검은 조만간 이 리스트와 관련해 여 전 사령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긴다는 방침이다. 특검은 김 전 실장을 비롯해 리스트에 오른 인물들과 최 전 의원을 차례로 불러 조사했다. 특검은 최강욱 리스트 외에도 윤석열 정부 당시 방첩사가 당시 야권 인사와 친한 군 내부 인사를 파악·관리하기 위해 여러 형태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고 의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