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5800만원 세금 288만원
주식 5100만원 이익에 세금 10만원
지난 5월21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문재원 기자
“월급은 들어오기도 전에 세금과 보험료가 빠져나가는데, 주식이나 집값이 오른 돈에는 세금 부담이 훨씬 적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의 자동차 부품 제조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정모씨(33)의 세전 연봉은 약 5800만원이다. 매달 손에 쥐는 실수령액은 약 410만원이다. 연간으로 보면 소득세와 지방소득세 약 288만원(연봉의 약 5%),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 등 사회보험료 약 504만원(약 9%)이 급여에서 공제된다.
지난해 받은 성과급 400만원 역시 세금을 제외한 약 350만원만 실제 손에 쥐었다. 근로소득은 소득이 발생하는 즉시 세금이 부과되고 사회보험료도 함께 공제된다. 소득이 늘어날수록 누진세율이 적용돼 세 부담도 커진다.
반면 자산소득은 다르다. 최근 2년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에 투자한 이모씨(39)는 최근까지 7400만원을 벌었다. 평가이익 중 5100만원은 최근 차익 실현했다. 이때 낸 세금은 약 10만원에 그쳤다. 증권거래세(0.05%)와 농어촌특별세(0.15%) 등 총 0.2%의 세율만 적용됐다.
이씨가 만약 같은 금액(5100만원)을 예금 이자로 벌었다면 소득세(14%), 지방소득세(1.4%)가 적용돼 785만4000원을 세금으로 낸다. 또 이자와 배당으로 벌어들인 소득이 연 2000만원을 초과하기 때문에 금융소득종합과세대상에 해당돼 세금이 더 늘어난다.
금투세, 투자자 반발 속 폐지,
“선거없는 지금, 재논의 적기”
지난 5월10일 서울의 한 대형 서점 주식·재테크 코너에서 시민들이 도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근로소득보다 자산소득에 유리한 과세 체계가 조세 형평성 논란을 키우고 있다. 근로소득에는 누진세와 사회보험료가 즉시 부과되는 반면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에서 발생한 자본이득에는 비과세와 각종 공제 제도가 폭넓게 적용되면서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자산 격차를 줄이려면 지금이라도 과세 원칙을 재정립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과세 원칙을 다시 세울 대표적 사례가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이다. 금투세는 원래 2023년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2022년 세법개정으로 2025년으로 유예됐고, 2024년 말 국회 논의를 거쳐 결국 폐지가 최종 결정됐다. 이로써 상장주식을 팔아서 얻는 이익을 얻더라도 종목당 보유액 50억원 이상이거나 지분율이 일정 기준(코스피 1%, 코스닥 2% 등)을 넘는 대주주가 아니면 사실상 세금을 내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구조는 최근 강남3구 주택 거래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주식 매각대금 유입 현상과 맞닿아 있다. 세금도 내지 않고 불어난 자본소득이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가고, 그 돈이 다시 자산 가격을 밀어 올리는 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에서 발생한 이익이 별다른 과세 없이 다른 자산으로 이전되고, 다시 자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과세는 주요국에서도 일반적인 원칙”이라며 “삼전·닉스를 통해 어마어마한 고수익을 얻는 사람이 세금을 한 푼도 안내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설득력이 떨어지고 절대적 박탈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을 지낸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현재는 근로소득보다 자산소득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 과세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주식과 부동산의 양도소득에 대해선 과세하지 않고 근로소득에만 과세하면 양극화가 심화되고 일을 할 요인이 없어져 지속가능한 사회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선거가 없는 올해와 내년이 금투세 도입을 재논의할 기회라는 의견도 나온다. 선거를 앞에 두고는 법을 개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지금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금투세는 부의 재분배라고 하는 성격도 있지만 동시에 주식 투자 등과 관련된 금융 세제의 불합리한 점들을 합리화하고 선진화하는 측면이 있다”며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부동산도 보유세 낮아
“부동산 과세 기준부터 손질해야”
지난달 21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세금 관련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주식에 이어 부동산에서도 자산소득에 유리한 과세 구조는 반복된다. 부동산도 명목상 과세 대상이지만 각종 비과세와 공제·감면 제도가 적용되고 나면, 실제 세 부담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2월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를 8억9500만원에 매입한 A씨(33)는 1년여 만에 해당 아파트의 실거래가격이 12억9000만원으로 오르면서 약 3억9500만원의 평가이익을 봤다. A씨가 부담한 세금을 계산해보면, 아파트를 매입할 당시 지방교육세를 포함한 취득세로 약 2400만원을 냈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에 따른 취득세 감면을 받아 약 200만원을 줄인 금액이다.
당장 아파트를 매도하지 않겠지만 A씨가 10년간 실거주한 뒤 시세가 10억원 더 올라 처분한다고 가정하면 양도소득세 부담은 크지 않다. 양도가액 12억원까지 적용되는 1세대 1주택 비과세 혜택을 받고, 보유 기간에 대한 40%와 거주 기간에 대한 40%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하면 부담할 세금은 약 1200만~1400만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반면 A씨가 이 아파트를 보유하면서 매년 부담하는 재산세는 약 88만원이다. 지방교육세 약 9만원을 더해도 연간 보유세는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이는 재산세가 실거래가격이 아닌 시세 절반 수준인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부과되고, 여기에 공정시장가액비율 특례까지 적용돼 깎인 결과다.
고가 주택에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 부담도 지난 몇년간 완화되는 추세였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인 2022년 말 세법 개정을 통해 1세대 1주택자의 기본공제액을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다주택자 기본 공제액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도 완화해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적용되던 최고 6%의 중과세율이 5%로 낮췄다.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에게 적용되던 중과세율은 폐지돼 일반세율(0.5~2.7%)이 적용됐다.
주택을 팔아 생기는 이익에 관한 세금도 여러가지 감면 혜택이 따른다. 우선, 1세대 1주택자는 양도가액 12억원까지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다. 10년간 보유·거주한 경우에는 보유 기간과 거주 기간에 대해 각각 40%씩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적용된다. 이 때문에 실제 부담하는 양도소득세는 명목세율보다 크게 낮아진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취득과 보유, 처분 단계마다 각종 비과세와 공제·감면 제도가 적용되면서 부동산에서 발생한 자본이득의 실효세율이 소득 규모에 따라 촘촘한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근로소득세보다 낮아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부동산 과세의 기준 자체부터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980년대 도입된 공시가격 제도는 실제 시장가격과의 괴리가 커지면서 공정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실거래가로 기준을 전환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처럼 정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조정 장치는 폐지하는 것이 예측 가능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는 낮추는 방향으로 부동산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자산 격차를 완화하려면 자산 보유에 대한 과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대신 취득세와 등록세 등 거래세 부담은 낮춰 시장의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산 보유에 따른 불로소득에는 과세를 강화하되, 거래 단계의 세 부담은 줄여 주택 이동과 시장 유동성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다.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뿐 아니라 자산이 다음 세대로 이전되는 과정도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국회는 저출생 극복을 명분으로 2024년부터 자녀가 혼인하거나 출산할 경우 기존 5000만원 증여 비과세 한도에 1억원을 추가로 공제해주는 제도를 시행했다. 여기에 최근 서울에서 집을 구입한 2030세대는 자기 자금보다 부모의 증여와 사적 차입에 의존하는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부의 대물림이 되면서 상속·증여를 통한 이전소득에 대한 과세 실효성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합법적인 절세와 사실상의 부의 이전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을 방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유찬 교수는 “완화됐던 증여세제를 복구하고 증여의 성격이 있다거나 차용을 한다면 정상적인 이자율인지 이자가 지급되는지 조사를 해서 이상하다면 증여세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