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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이 이틀 연속 미사일 공습을 주고받았다. 공습의 범위도 확대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면전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점점 더 격화하는 교전으로 종전 양해각서(MOU)는 사실상 무너지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8일(현지시각) “최고사령관(대통령)의 지시로 이란을 겨냥해 추가 공습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이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행의 자유를 위협하는 이란의 역량을 더욱 약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은 국제 수역을 오가는 상선과 민간인 선원을 상대로 한 부당한 공격에 대해 이란에 책임을 묻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군의 이란 공습은 전날에 이어 이틀째다. 중부사령부는 해안 레이더와 대함미사일 기지, 방공 시스템 등 90개의 군사 표적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80개보다 공습 범위가 더 확대된 것이다.
이란 국영 매체는 남부 요충지인 반다르아바스와 시리크 일대에서 폭발음이 들렸으며, 남동부 오만만 연안 항구 차바하르 일대에 정전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북동부 철도 교량도 공습 피해를 봤다고 로이터통신이 현지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도 전날에 이어 즉각 반격에 나섰다. 이란이 역내 미군 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해 바레인·카타르·쿠웨이트에서 공습경보가 울렸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의 협박과 약속 파기는 더 이상 대가를 치르지 않고는 용납될 수 없다”며 “분명히 말하겠다. 공격하면, 공격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의 공습으로 불타는 이란 항구도시 반다르아바스. AFP연합뉴스
이날 미군의 추가 공습은 예고된 일이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튀르키예 앙카라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MOU는 내가 보기에 끝났다”며 “오늘 밤 그들을 다시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이 다시 시작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전면전과 선을 그었다. 이는 유가 급등을 의식해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종전 MOU 성립의 전제 조건이 됐던 합의들이 무너지면서, 이미 양측은 협상 동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애초 종전 MOU는 이란이 해협 통항의 안전을 보장하면, 미국은 대이란 해상 봉쇄를 해제하고 원유 수출 제재를 일시 면제하는 조건으로 타결됐다. 그러나 ‘이란은 페르시아만과 오만 해에서 상선들이 안전하게 통항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MOU 제5항을 미국과 이란이 서로 다르게 해석하면서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이란은 이 조항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제권을 명시한 것이므로, 이란이 지정하지 않은 항로로 이동하는 것은 MOU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미국은 이란이 상선을 공격함으로써 안전한 통항의 의무를 저버렸으므로, 더이상 원유 수출 제재 면제 혜택을 누릴 자격이 없다고 반박한다.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군사작전을 즉각 종료한다’는 MOU 제1항도 갈등 요인이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중재로 레바논과 휴전 협상을 맺었지만, 여전히 남부 지역에 주둔한 병력을 철수하지 않고 있다. 이란 외교부는 전날 “미국은 지난 3주 동안 계속해서 MOU 제1항을 위반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호르무즈 해협. 로이터연합뉴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MOU 타결 후에도 양측의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인내심이 점점 바닥나고 있다. 그는 이란을 “쓰레기” “암”이라고 부르면서 발전소·교량·담수화 시설 같은 기반시설을 공격하겠다는 기존의 위협을 되풀이했다.
이란을 압박하기 위한 연출일 수 있지만, 긴장이 고조되면 의도치 않은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미국과 이란이 다시 각을 세우자, 이란 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와 가까운 파르스 통신과 타스님 통신은 사설을 통해 “MOU 공식 파기를 선언하라” “미국과 맺은 합의를 불태워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후원 정치단체인 ‘메인스트리트 파트너십’의 사라 체임벌린 회장은 “공화당 지지 유권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기 위해 지난 몇 달 동안 높은 휘발유 가격을 감수해왔지만, 이제 여름 휴가 시즌이 시작됐다”며 “휘발유와 식료품 가격이 또 다시 오르면 더이상 참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의회에 요청한 긴급 추가 예산안 통과도 쉽지 않아 보인다.
미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의 리처드 폰테인 최고경영자(CEO)는 “문제는 버티기, 확전, 합의 등 모든 선택지가 각기 다른 이유로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이라며 “가장 가능성 큰 시나리오는 ‘눈에는 눈’ 식의 저강도 보복 공격이 계속 이어지고, 중재국들의 다급한 노력으로 취약한 휴전이 성사되면, 또 다시 공습이 벌어지는 수순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긴장 완화와 제한적 충돌 사이를 오가는 긴 진동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