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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밀착한 인판티노…유럽이 들끓어도 끄떡없는 이유

입력 2026.07.09 14:18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오른쪽)이 7일 캐나다 밴쿠버의 BC 플레이스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16강 스위스-콜롬비아전을 관전하며 조국 스위스가 페널티킥 골을 넣자 포효하고 있다. 왼쪽은 라몬 헤수룬 콜롬비아축구협회장. AFP연합뉴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오른쪽)이 7일 캐나다 밴쿠버의 BC 플레이스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16강 스위스-콜롬비아전을 관전하며 조국 스위스가 페널티킥 골을 넣자 포효하고 있다. 왼쪽은 라몬 헤수룬 콜롬비아축구협회장. AFP연합뉴스

북중미 월드컵에서 미국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의 징계 번복을 둘러싼 파문이 국제축구계의 권력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이 국제축구연맹(FIFA)을 공개 비판한 데 이어 프랑스의 미카엘 올리세 경고 취소 요구까지 기각되면서 유럽 축구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논란의 출발점은 발로건이었다. 미국 대표팀 공격수 발로건은 경기 중 퇴장으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지만 FIFA는 대회 도중 이를 사실상 뒤집어 벨기에와의 16강전에 출전할 수 있도록 했다. 징계가 확정된 선수를 토너먼트 도중 다시 뛰게 한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논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입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발로건 사건을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FIFA의 최종 판단이 어떤 절차를 거쳐 내려졌는지와 별개로, 개최국 대통령이 FIFA 회장에게 특정 선수 징계 문제를 직접 거론한 사실 자체가 정치권력의 스포츠 개입 논란을 불렀다.

UEFA는 즉각 반발했다. FIFA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고 정당화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프랑스의 올리세 문제가 겹쳤다. 올리세는 파라과이와의 16강전에서 마티아스 갈라르사와 충돌한 뒤 경고를 받았다. 갈라르사는 얼굴을 감싸고 쓰러졌지만, 중계 화면상 올리세는 상대 얼굴이 아니라 유니폼을 잡은 것으로 보였다. 프랑스축구협회(FFF)는 경고 취소를 요구했다. 발로건의 출전 정지 징계까지 번복한 FIFA라면 명백한 오심 가능성이 있는 경고 역시 재검토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FIFA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은 8일 “오늘 아침 FIFA의 결정을 받았다. 올리세의 경고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리세는 모로코와의 8강전에서 다시 경고를 받으면 준결승에 진출하더라도 출전할 수 없다.

두 사건은 유럽에서 FIFA의 이중잣대 논란을 키우고 있다. 미국 선수의 출전 정지 징계는 대회 도중 풀어주면서 프랑스 선수의 경고는 유지했기 때문이다. 징계 수위와 사건 성격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발로건 사건 직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인판티노 회장에게 재검토를 요청했다는 사실 때문에 의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 충돌은 단순한 판정 논란만은 아니다. FIFA와 UEFA는 이미 세계 축구의 돈과 권한을 놓고 장기간 대립해왔다.

인판티노 회장은 클럽월드컵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32개 팀 체제로 열린 대회를 2029년에는 48개 팀으로 늘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UEFA로서는 달갑지 않다. 두 조직의 갈등은 지난해 5월 파라과이에서 열린 FIFA 총회에서도 표면화됐다. 인판티노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등이 참석한 중동 일정 때문에 총회에 늦자 체페린 회장을 비롯한 유럽 대표들이 회의장을 떠났다.

FIFA는 211개 회원협회가 기본적으로 한 표씩 행사하는 구조다. 축구 산업 규모와 관계없이 잉글랜드도 한 표, 독일도 한 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개별 회원국도 한 표다. 회원 수만 놓고 보면 UEFA는 55개 협회다. 아프리카축구연맹(CAF)은 54개, 아시아축구연맹(AFC)은 47개다. 두 대륙을 합치면 101표에 이른다. 여기에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과 오세아니아축구연맹(OFC) 회원국까지 더하면 유럽 밖의 표는 압도적이다. 인판티노 회장이 유럽의 강한 비판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배경이다.

인판티노 회장은 그동안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 북중미 국가들과의 관계 확대에 공을 들여왔다. 월드컵 참가국을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렸고, 클럽월드컵도 확대했다. 유럽에서는 경기 과밀과 상업주의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월드컵 출전 기회와 FIFA 지원 확대를 원하는 비유럽권 국가에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인판티노 회장의 권력 기반은 당장 흔들리지 않는다. 유럽이 강하게 반발해도 FIFA 회장 선거는 유럽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비롯한 비유럽권 회원국의 지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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