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여성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5월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2026년 제10차 여성비정규직임금차별타파 주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문재원 기자
결혼과 출산으로 직장을 떠난 여성들은 평균 7년 반 만에 노동시장으로 돌아왔지만 이전과 같은 일자리로 복귀하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취업 후 첫 일자리의 임금은 경력단절 이전보다 20% 낮아졌고, 시간제 일자리 비중은 4배 가까이 늘었다.
성평등가족부는 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 여성의 경제활동 및 경력단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만 19~54세 여성 81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가승인통계다. 조사 대상은 기존 만 25~54세에서 만 19~54세로 확대됐고, 근로조건으로 인한 경력단절도 처음 조사에 포함했다. 다만 2022년과의 비교는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만 25~54세 여성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조사 결과 만 19~54세 여성의 56.7%는 생애 한 번 이상 경력단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단절 경험 여성 가운데 근로조건으로 인한 경력단절이 53.4%로 가장 많았고, 결혼·임신·출산 등 생애주기 요인은 29.3%, 두 사유를 모두 경험한 경우는 17.3%였다.
결혼·임신·출산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은 다시 취업하기까지 평균 7.5년(89.9개월)이 걸렸다. 반면 근로조건으로 인한 경력단절은 평균 1.7년(20.6개월) 만에 재취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취업 후에는 일자리의 질이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2022년과 비교하기 위해 만 25~54세 여성 임금근로자를 별도로 분석한 결과, 재취업 후 첫 일자리 월평균 실질임금은 198만8000원으로 경력단절 당시(248만5000원)의 80% 수준에 그쳤다. 2022년 조사 당시 임금 회복 수준이 85%였던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악화한 것이다.
경력단절 전후 월평균 실질임금 비교. 성평등부 제공
고용 형태도 이전보다 불안정해졌다. 결혼·임신·출산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시간제 근무 비율은 경력단절 당시 7.2%에서 재취업 후 첫 일자리에서는 26.8%로 늘었다.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1.9시간에서 35.7시간으로 줄었다.
재취업 후 1~4인 사업장에서 일하는 비율은 21.2%에서 28.7%로 증가했고, 상용근로자는 92.3%에서 76.0%로 감소한 반면 임시근로자는 7.3%에서 20.8%로 늘었다. 사무직 비중은 37.5%에서 27.7%로 줄고 단순노무직은 2.1%에서 5.4%로 증가했다.
육아휴직 역시 경력 유지의 충분한 안전망이 되지 못했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뒤 원직장에 복귀한 비율은 46.9%에 그쳤다. 복귀하지 못한 이유는 ‘믿고 돌봐줄 양육자가 없어서’가 34.1%로 가장 많았고, ‘자녀 양육과 일 병행의 어려움’이 27.8%로 뒤를 이었다.
경력단절 여성들이 재취업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조건은 ‘유연한 근무환경’(30.5%)이었다.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을 위한 정책으로는 취업 여성과 비취업 여성 모두 ‘일·생활 균형 강화’와 ‘돌봄 인프라 개선’을 가장 많이 요구했다.
오은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술이 단절된 상태에서 노동시장에 복귀하면 이전보다 좋은 일자리로 가기 어려운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첫 일자리보다 이후 경력을 어떻게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일·가정 양립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성평등부는 청년 여성의 초기 경력설계 지원을 강화하고, 재직 여성 대상 노무·고충·경력설계 상담과 직업훈련을 확대하는 등 생애주기별 경력관리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