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 3곳 중 1곳은 실제 이를 이용하는 직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019년 베이비페어 참석한 관람객들이 유아차를 보는 모습. 연합뉴스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 3곳 중 1곳은 실제 이를 이용하는 직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 역시 대상자가 있어도 5곳 중 1곳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다.
인구 전문 싱크탱크인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오는 11일 인구의 날을 앞두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 인구 위기 대응 우수 기업 평가’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연구원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지난 4월 기준)를 발간한 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인구위기 대응 수준을 평가했다. 또 육아휴직 공시기업 2000곳과 유연근무 공시기업 1877곳의 실제 이용 현황도 함께 분석했다.
분석 결과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 1877곳 가운데 657곳(35%)은 실제 이용자가 한 명도 없었다.
육아휴직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육아휴직 대상자가 모두 제도를 사용한 기업은 전체 조사 대상 2000곳 중 341곳(17%)에 그친 반면, 대상자가 있었는데도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기업은 441곳(22%)으로 집계됐다. 연구원은 “상당수 기업이 제도를 아예 안 쓰거나 전부 다 쓰는 양극단에 몰려 있는 셈”이라며 “같은 제도를 갖추고도 활용 정도가 이렇게 크게 갈리는 것은 결국 조직 문화가 실제 활용을 좌우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기업들의 인구위기 대응 수준을 평가한 결과 전체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51.1점이었다. 종합 1위는 포스코인터내셔널(82.3점)이 차지했고, KB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 KT&G 등이 지난해에 이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자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중·하위 기업 가운데서도 롯데칠성음료, 삼성SDS, 콜마비앤에이치, 한미글로벌 등이 상위 20위 안에 포함돼 기업 규모보다 경영 의지가 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인구위기 대응 수준을 평가한 결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제공
업종별로는 은행·보험업이 출산·양육 지원 제도를 가장 적극적으로 운영해 평균 59.5점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운수·창고업은 44.5점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연구원은 현장 근무 비중이 높은 산업 특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세부 항목에서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 출산·양육 지원은 각각 64.5점과 64.1점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보였다. 반면 남성 배우자 출산휴가와 의무 육아휴직 등을 포함한 배우자 지원 영역은 21.4점으로 가장 낮아 남성의 육아 참여를 지원하는 제도는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평가 점수가 높은 기업일수록 실제 제도 활용도도 높았다.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기업을 분석한 결과 평가 점수 상위 10% 기업의 평균 육아휴직 사용률은 48.62%로 하위 10% 기업(25.80%)의 약 두 배였다. 유연근무 역시 평가 점수 상위 33% 기업은 직원 1000명당 평균 580.3명이 이용한 반면 하위 기업은 272.4명에 그쳐 두 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원장은 “제도를 도입해도 정작 필요한 직원이 쓸 수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일과 가정 중 어느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청년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유연근무제인 만큼, 제도가 일터에서 실제로 작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합 순위 20대 우수 기업.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