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노폐물 청소 과정을 검사하기 위해 연구진은 이마에 부착하는 무선 장비를 개발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잠자는 동안 뇌척수액이 노폐물을 씻어내는 과정을 집에서도 검사할 수 있는 무선 웨어러블(착용형) 장비가 개발됐다. 뇌의 청소 시스템이 원활히 가동되는지 확인해 알츠하이머병 등 관련 질환 위험을 쉽게 파악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윤창호 교수, 미국 조지아공과대 여운홍 교수 연구팀은 수면 중 뇌 내부의 수분 변화를 연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융합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잠을 자는 동안 뇌에서는 뇌척수액이 뇌 조직 사이를 흐르며 아밀로이드 베타와 같은 노폐물을 제거하는 ‘아교림프계’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최근 다수의 연구에서 축적된 노폐물을 원활히 제거하지 않으면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신경계 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결과도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뇌의 수분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수단이 매우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자기공명영상(MRI)은 뇌척수액의 흐름을 정밀하게 볼 수 있지만 검사실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장비여서 실제 수면 중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변화를 관찰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진은 이마에 부착하는 ‘부드러운 무선 근적외선분광’(빛의 흡수를 이용해 조직 내 수분과 혈류 변화를 측정하는 기술) 장비를 개발하고 수면 중 안정적인 측정이 가능한지 확인했다. 기기에는 세 가지 파장(640·680·950㎚)의 LED와 광검출기를 배치했고, 얇고 유연해 이마에 밀착 가능한 형태로 회로를 설계했다. 무선으로 데이터를 전송해 집에서 자는 동안에도 연속 측정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건강한 성인 4명을 대상으로 가정에서 총 16회의 야간 측정을 진행하는 동시에 뇌파·안구운동 등 수면 단계를 판정할 수 있는 움직임도 측정했다. 각 수면 단계에서 뇌의 수분량 변화를 나타내는 신호가 어떻게 변하는지 분석한 결과, 밤새 수면 단계가 바뀔 때마다 뇌 수분 신호도 방향성을 보이며 변화하는 패턴이 관찰됐다. 깨어있는 상태나 렘수면(뇌 활동이 활발해지는 상태)에서 비렘수면(깊은 잠을 자는 상태)으로 넘어갈 때는 신호가 증가했고, 반대로 비렘수면에서 렘수면으로 넘어갈 때는 신호가 감소했다. 이 같은 신호 변화가 수면 단계 전환 시점과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개발된 장비가 뇌의 실제 변화를 잘 포착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수면 중 일어나는 이런 변화를 착용형 장비를 써서 집에서 연속 관찰한 사례는 이번이 최초라고 밝혔다. 윤창호 교수는 “아교림프계 활동을 자연스러운 수면 환경에서 관찰할 수 있는 도구를 마련하는 것은 신경계 질환 연구에서 오랜 과제였다”며 “이번 기술이 표준검사와의 비교 검증을 거쳐 발전한다면 수면장애, 노화, 인지저하 연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관찰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