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8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추모하기 위해 모여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이 미국을 향한 강력한 보복 공습을 이어가면서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종전 양해각서(MOU)에 따른 60일간의 후속 협상 기간이 끝나가는 가운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협상 카드를 위해 무력 충돌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미국의 추가 공습에 대응해 쿠웨이트·바레인의 미군 기지를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IRGC는 “미국이 공격을 반복할 경우 중동 전역의 다른 미군 기지로도 보복 공격을 확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측 종전 협상단장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이날 “미국은 더 이상 협박과 약속 위반에 아무런 대가가 따르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공격하면 반드시 갚아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호르무즈 해협은 미국의 위협이 아니라 ‘이란의 방식’으로만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미국의 대이란 공습 이후 이란은 연일 미국을 향한 강경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엑스에 “미국은 일방적인 행동과 이란에 대한 침략적인 공세를 통해 사실상 합의를 위반했다”며 “이란은 국가 이익의 수호와 자국의 주권 행사를 단호하게 추구할 것”이라고 썼다.
MOU에 따른 후속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이란이 협상력을 높이고 호르무즈 해협에 관한 통제권을 주장하기 위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에 대한 권리를 공식화하기 위해 통행료 징수를 제도화하고자 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미국과 걸프국들은 이러한 시도에 반발하고 있다. 지난 1일 카타르에서 간접 협상이 이어졌으나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해서는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싱크탱크 유럽외교협회의 엘리 게란마예는 “이란은 미국의 경제 제재 완화에 관한 포괄적 합의가 이뤄지기 전에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양보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란은 우선 외교적 노력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중재국인 카타르의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 타니 총리 겸 외교장관과 통화하며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사태를 중심으로 역내 정세에 관해 논의했다. 이란 외교부는 전날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양측이 지역 내 긴장 고조를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접촉과 협조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네가르 모르타자비 국제정책센터의 선임연구원은 “이란은 포괄적 합의를 추진하는 것은 여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협상 채널은 여전히 열려 있다”며 “미국과 이란은 향후 합의의 방향을 주도하기 위해 현장에서 서로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란의 이러한 충돌이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모르타자비 선임연구원은 “앞으로 몇 달 동안 지속적인 평화도, 전면전도 아닌 산발적인 무력 충돌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미국의 공습 이후 이란 지도부의 내홍은 거세지고 있다. 익명의 이란 고위 관리 두 명은 이란 지도부 내에서 물리적 충돌을 재개할 것인지 외교적 노력을 계속할 것인지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으며 책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이란 내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미국과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협상파들에 대한 반발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갈등은 실제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기도 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지난 6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장례 행렬 중 강경파 지지자들의 위협을 받았다. 당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군중들에게 밀쳐져 비틀거리고 멍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포착됐다. 군중들은 “유화주의자들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며 그를 덮치려 했다. 아라그치 장관도 같은 날 장례 행사에 참여하던 중 돌을 맞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