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보호 정책에 6년 새 개체수 두 배 증가
산지 머물지 않고 민가 주변 등 출몰 잦아져 골머리
동물원 연못에 앉아있는 불곰. AP연합뉴스
그리스 산지에서 야생 곰 개체수가 크게 늘면서 주민들이 위협을 느끼고 있다. 야생동물 보호단체는 사람과 동물의 공존이 가능하다고 맞서고 있지만, 야생 곰이 끼친 피해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FP 통신은 최근 그리스 산악 지대에서 사는 주민들이 늘어난 불곰 개체 수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조사에서 불곰은 약 900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6년 전 조사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AFP 통신은 사냥 금지와 야생동물 보호 정책 등에 힘입어 불곰 숫자가 꾸준히 늘어왔다고 했다.
그리스 북부 산악 마을에 사는 디미트리스 데스파스(65)는 불과 몇 주 전 자택 정원에서 불곰을 마주쳤다며 “곰들이 우리를 포위했다. 집 마당까지 들어와 피해를 주고, 나무에 열린 과일까지 따 먹는다”고 말했다. 그는 “곰 때문에 다친 사람도 있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집 밖에 나가는 것조차 두렵다”고 했다. 데스파스가 사는 카스토리아 지역에서는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약 300건 이상의 야생 곰 출몰 신고가 접수됐다.
주민들은 대응에 나섰다. 카스토리아 주민 2000여 명은 ‘곰과 함께 살지 않는다(Not living with bears)’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그룹에 가입해 불곰 출몰 사례를 공유하고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운영자 중 한 명인 디미트리스 미초풀로스(53)는 “아이들이 수업을 듣는 시간에 학교 앞까지 곰이 나타난 적도 있다”며 “곰은 야생동물이지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이 아니다”라고 AFP 통신에 말했다.
그리스 북부 그레베나에 사는 레프테리스 지우티스(48)는 도심 인근과 교외에 출몰하는 야생 곰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있다. 그는 “도시 주변에서만 10마리가 넘는 곰이 활동하고 있으며 자주 시내로 들어온다”며 “며칠 전에는 도서관과 영화관 근처를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지우티스는 “개체 수가 늘면서 주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며 “농부와 축산업자, 양봉업자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야생동물 보호단체는 도시 확대나 산불 등 재난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 환경 변화로 인한 먹이 감소 등이 야생 곰 출몰의 주요 원인이라 진단했다. 거주 환경에서 먹이를 찾기 어렵자 사람이 사는 영역까지 밀려오게 된다는 것이다.
야생 곰 보호단체 아르크투루스(곰 지킴이)의 알렉산드로스 카라만리디스 소장은 “곰들이 사람 사는 곳 근처에서 더 영양가 높은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학습했다”며 “이제는 인간과 야생동물의 상호작용을 관리해야 하는 새로운 의무가 생겼다”고 말했다. 야생동물 보호단체 칼리스토의 이아손 반티오스 대변인은 “예방·퇴치 대책을 적절히 시행하면 곰이 마을로 내려오는 현상은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최근 서부 마케도니아에서 나타난 것처럼 곰을 죽이는 불법 행위를 정당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