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과 300억달러(약 45조원) 규모의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미국에서 150억개 이상의 칩을 생산하기로 했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추진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에 호응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애플은 8일(현지시간) 브로드컴과 다년 계약을 체결하고 미국 내 실리콘 공급망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브로드컴은 콜로라도 포트콜린스의 제조시설에 15억달러를 투자해 생산 라인을 확장하기로 했다. 앞서 브로드컴은 지난 6일 증권거래위원회 공시를 통해 애플과 체결한 무선통신용 맞춤형 반도체(ASIC) 생산 관련 파트너십을 2031년까지 연장했다. 애플과 브로드컴은 2023년부터 무선통신용 칩을 개발해 왔다.
애플이 미국 내 칩 생산 확대를 결정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제조업 부흥 기조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지원해 준 대통령과 행정부에 깊이 감사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호크 탄 브로드컴 CEO도 “양사는 미국의 혁신을 위한 확고한 의지를 공유하고 있다”며 “포트 콜린스에서 우리 제조 기반을 확대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애플은 지난해 미국제조프로그램(AMP)을 출범하고 트럼프 임기 내에 미국에 60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지 않을 경우 25% 관세 부과를 위협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계약은 애플이 지금껏 체결한 AMP 협약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애플은 브로드컴 매출의 약 20%를 차지하며, 브로드컴은 무선주파수나 와이파이, 블루투스 연결 칩 등을 애플에 공급해 왔다. 애플이 자체 칩 설계와 개발을 통한 ‘내재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지만, 브로드컴과는 무선 통신칩이나 ASIC에서 협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왼쪽)와 에디 큐 애플 서비스 부문 선임부회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열린 선밸리 컴퍼런스에 참석하고 있다. 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