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과 경찰 관계자들이 9일 서울 은평구 갈현동 한 빌라에서 전날 밤 발생한 화재 합동 감식을 위해 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박채연 기자
“순수하고 밝고 똑똑한 아이들이었어요.”
서울 은평구의 한 빌라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망한 초등학생 남매 빈소에서 9일 만난 유족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보호자인 아버지가 전날 밤 8세 아들과 7세 딸을 재우고 잠시 외출한 사이 불이 났다.
아버지 A씨는 “이럴 줄 몰랐다”며 멍한 얼굴로 남매를 떠올렸다. 할아버지 B씨도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며 “정말 순수하고 착한 아이들이었다”라고 말했다. 외할머니 C씨는 “지난달까지 여행도 같이 가고 주말마다 키즈카페 등 이곳저곳 많이 다녔다”며 “첫째 아이가 동생에게 먹을 것을 늘 챙겨주는 등 착한 아이였다”고 말했다.
이날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밤 10시57분쯤 은평구 갈현동 지상 3층·지하 1층짜리 빌라(연립주택) 3층에 있는 A씨 집 거실에서 불이 났다. 남매는 출동한 소방에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불이 난 3층에 사는 주민 2명은 연기를 마셔 치료를 받았다. 같은 건물의 다른 주민 9명은 스스로 대피해 추가 인명피해는 없었다.
‘펑’ 소리와 함께 연기와 불꽃이 발생했다는 이웃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은 50분 만에 불을 모두 껐다. 화재 진화에는 소방·경찰 등 95명과 차량 23대가 동원됐다. 소방당국은 “미상의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해 해당 세대가 반소됐다”고 밝혔다. 이날 찾은 현장에는 화재로 타버린 창문의 방충망이 건물 밖으로 튕겨 나와 떨어져 있었다.
소방과 경찰 등은 2차 합동 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감식과 부검 등을 통해 정확한 발화와 사망 원인을 확인하고 범죄 관련성이 없는지 수사 예정”이라며 “현재까진 범죄 관련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기적 요인에 따른 발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이다. 유족도 집안 내 전기 합선·누전으로 불이 난 것 같다고 전했다.
화재 소식을 듣고 이날 오전 현장을 찾은 주민들은 남매의 사망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 주민은 “펑 소리가 나고 옆집에서 ‘사람 살리라’는 소리가 들렸다”며 “겨울마다 빌라 인근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는데, 오빠가 동생을 항상 데리고 다니며 잘 챙겼다. 착하고 밝은 아이들이었다”고 말했다. 60대 여성 D씨는 “근처 빌라 사람들이 다 나와서 웅성웅성했다”고 전날 화재 당시 상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