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한 은행에 붙은 대출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7조6000억원 늘어 1년 10개월 만에 최대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5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를 앞두고 수도권 아파트 거래가 늘어나고, 주식시장에서 ‘빚투’(빚내서 투자)가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금융사들에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89조4000억원으로 5월 말보다 7조6000억원 증가했다. 한 달 증가 폭으로 보면 2024년 8월(9조2000억원) 이후 가장 컸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감소하다가 지난 3월(+5000억원)에 증가로 돌아선 뒤 4월(2조1000억원)과 5월(6조9000억원)에 이어 6월까지 점점 증가 폭이 커지고 있다.
이는 주택담보대출 증가 영향이 크다. 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945조원으로 5월 말보다 4조3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6월(5조1000억원) 이후 1년 만에 가장 크게 증가했다. 한은은 4~5월의 수도권 주택 거래량 증가, 이미 분양한 아파트의 중도금 납부 수요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실제 한 달에 2만건을 갓 넘던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양도세 중과 재개를 앞두고 다주택자의 ‘막차’ 매물이 몰리면서 지난 3월 2만7000건, 4월 2만8000건, 5월 2만9000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와 달리 전세자금대출은 지난달 7000억원 줄며 지난해 9월 이후 10개월 연속 감소했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전세 거래 자체가 줄고, 전세의 월세화가 진행된 영향”이라며 “전세 수요 일부가 수도권 외곽 지역 매매 수요로 전환하는 모습도 같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은행권 기타대출 잔액도 243조5000억원으로 전달보다 3조3000억원 늘었다. 5월(3조7000억원)보다는 증가 폭이 작지만 여전히 3조원대로 증가세를 기록했다. 한은은 지난 5~6월 코스피 상승세에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한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2금융권까지 포함한 금융권 전체의 6월 가계대출은 8조3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5월(9조3000억원)보다는 증가 폭이 작아졌지만 여전히 큰 액수다. 증가 폭 대부분은 은행권(7조6000억원)이었고, 카드·캐피탈,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7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예금은행의 기업 대출 잔액은 1413조4000억원으로 6월에 5조1000억원 증가했다. 은행의 부실채권 매·상각과 일부 특수은행의 대출 공급 감소 등으로 5월(5조4000억원)보다 증가 폭은 다소 줄었다.
은행의 6월 예금 잔액은 28조8000억원 늘어 2622조5000억원이었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계부채 합동점검 회의를 열어 “통상 주택 매매계약 후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주택담보대출이 실행되는 점을 감안할 때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이전에 확대된 거래량의 영향이 당분간 주택담보대출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사들에게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