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홀딩스의 광양제철소 사업장의 1985년(위)과 2020년(아래) 위성사진. 해안 갯벌과 섬이 존재하던 광양만 일대가 철강 생산기지로 바뀌며 토지 이용 형태가 변화했다. 구글어스 갈무리
지난 40년간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30개사의 국내 사업장 주변에서 서울시 면적 5배가 넘는 자연면적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단법인 숲과나눔 풀씨행동연구소가 9일 발간한 ‘코스피 상위 30개사의 자연과의 접점 분석’ 보고서를 보면, 1980년부터 2020년까지 코스피 시가총액(2024년 12월 기준) 상위 30개사(삼성전자우선주 제외 29개사)의 국내 사업장 내부와 사업장 경계 5㎞ 반경에서 총 32만7837㏊의 자연면적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면적의 5.4배에 달하는 규모다.
사업장 내부의 자연손실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은 포스코홀딩스(1408㏊)였다. 삼성전자(1023㏊), 현대자동차(735㏊), HD한국조선해양(696㏊), 기아(52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연구진은 농업지역 등 준생태계가 먼저 소진된 후 산림과 습지 등 보전 가치가 높은 생태계가 순차적으로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사업장 경계 5㎞ 반경을 뜻하는 ‘사업장 영향권역’을 기준으로는 LG전자(5만5304㏊), 삼성전자(4만6683㏊), LG화학(4만1246㏊), 한화에어로스페이스(4만660㏊), 현대모비스(4만54㏊) 순으로 자연 손실을 일으켰다.
연구진이 보호지역, 중요생물다양성지역, 국토환경성평가 1등급 지역 등을 ‘생태적 민감지역’으로 정의하고 기업 사업장과 맞닿은 면적을 조사한 결과, 30개 기업 사업장 영향권역 내 있는 생태적 민감지역 면적의 규모가 18만6679㏊에 달했다.
연구진은 “상당수 기업 사업장이 보호지역과 중요생물다양성지역 등 생태적으로 가치가 높은 공간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다”며 “사업장 내부뿐 아니라 주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와 관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사업장 영향권역 내 생태적 민감 지역이 넓은 기업은 삼성물산(3만5813㏊), 한화에어로스페이스(3만5220㏊), 현대모비스(3만3481㏊), LG전자(2만5327㏊), 기아(1만6686㏊) 등이었다.
상위 30개사 사업 영향권역 내에 사는 생물종은 총 676종으로 분석됐다. 멸종위기 생물 분류 체계인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기준으로 ‘위급’ 단계가 7종, ‘위기’가 41종, ‘취약’이 55종, ‘준위협’이 34종, ‘최소관심’이 494종, ‘정보부족’이 45종인 것으로 확인됐다. 확인된 위급 7종은 참복, 악상어, 넓적상어, 귀상어, 대모거북, 흰점노랑가오리, 일본각시상어다.
산업별로 보면 전기·전자·반도체·배터리 산업에서 사업 영향권역의 자연 면적 손실량이 가장 크고, 생태계 민감지역 중첩 면적도 가장 넓게 나타났다. 대규모 용수과 전력·물류 인프라가 필요해 수도권 평야지대 대규모 산업단지에 집중적으로 들어서는 업종 특성상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장재연 숲과나눔 이사장은 “자연 손실은 불가피한 결과가 아니라 기업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충분히 줄이거나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기업의 자연 전략은 사업장 경계 안의 관리에 머무르지 않고, 사업장과 연결된 주변 생태계의 보전과 복원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 김덕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