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객들이 9일(현지시간) 이라크 카르발라의 이맘 후세인 성지 인근에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장례 행렬에 참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장례 절차가 엿새 만인 9일(현지시간) 마무리될 예정이다.
AP통신은 이날 이라크 나자프와 카르발라에서 하메네이의 장례 행렬이 이어지는 중 조문객 수천명이 하메네이의 관을 향해 몰리면서 장례 행렬이 혼란에 빠졌다고 전했다.
전날도 나자프에서 진행된 하메네이의 장례 행렬에 약 200만명이 모여들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하메네이의 관은 질소가스와 드라이아이스 등 보존 장치가 설치된 차량에 실렸다. 관이 이맘 알리 성지로 들어가며 인파가 집중되자 일부 조문객들이 기절해 옮겨지기도 했다. 카르발라에서도 군중들이 반복적으로 몰려들면서 관이 여러 차례 떨어질 뻔했다.
하메네이의 관이 지나간 거리에는 반미·이스라엘 구호가 울려 퍼졌다. 조문객들은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고 외쳤다. 확성기에서는 “수백만명이 모인 오늘의 장면이 트럼프에게 보내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라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의 연대체인 이라크이슬람저항군은 “우리는 순교자들을 위한 복수를 계속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거리에 내걸었다.
일부 지지자들은 거리에서 자신의 몸을 채찍으로 때리는 시아파 전통 의식을 치렀다. 군중은 이란 국기와 함께 애도와 복수를 상징하는 붉은색과 검은색 깃발을 흔들었다.
8일(현지시간) 이란이 공개한 지난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전 최고지도자의 관저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지도부는 장례 행사를 이라크에서도 진행함으로써 역내 영향력이 건재하다는 자신감을 드러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는 중동에서 이란 다음으로 많은 시아파 무슬림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다. 또한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 상당수는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번 전쟁에서 이란의 보복 공격에 가담했다.
이란 역사 전문가인 아라시 아지지는 장례 행사가 이라크에서도 열린 것에 관해 “이란이 하메네이를 단순히 이란의 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더 넓은 시아파 공동체의 일원임을 강조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이란은 하메네이를 사망하게 한 지난 2월28일 미국·이스라엘의 공습 직후 현장 영상을 전날 공개했다. 영상에는 공습으로 폐허가 된 하메네이의 관저 모습이 담겼다. 이 관저에서 하메네이와 그의 딸, 사위, 며느리, 생후 14개월이었던 외손녀가 사망했다. 이란 당국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이 같은 영상을 장례 절차 말미에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하메네이의 장례식은 지난 4일 시작됐다. 하메네이의 유해는 이란 테헤란과 곰을 거쳐 전날 이라크 나자프에 도착했다. 이라크의 주요 시아파 성지인 나자프와 카르발라에서 장례 행렬을 마친 후 하메네이의 유해는 이란 마슈하드 이맘 레자 성지로 이동해 안장될 예정이다. 안장식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장례 일정이 곧 마무리될 예정인 가운데 모즈타바 하메네이 현 이란 최고지도자가 모습을 드러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이날 오전까지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앞서 모즈타바가 장례식 참석 의사를 밝혔으나 신변 보호를 이유로 보안 당국이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하메네이의 장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이란과 미국의 무력 충돌은 이어졌다. 하메네이의 안장식을 준비 중이던 마슈하드행 길목의 교량도 미국에 피격된 것으로 전해졌다. 테헤란과 마슈하드를 잇는 철도 노선이 전면 중단되면서 조문객 수송 등 장례 절차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