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아테네 타토이 군사 공군 기지에 배치된 패트리엇(PAC-3) 발사대. GettyImages/이매진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자체 생산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수개월째 요구해온 사안을 미국이 처음으로 수용한 것이지만, 실제 생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당장 전황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러스트 | 제미나이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을 만들 권리를 주겠다. 만드는 방법도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뛰어난 기술 인력을 갖고 있다”며 “대부분 국가는 할 수 없지만 우크라이나는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패트리엇는 러시아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서방의 방공체계다. 미국이 자국의 핵심 방공무기인 패트리엇의 해외 생산을 허용한 국가는 독일과 일본 정도에 불과해, 우크라이나가 라이선스를 확보할 경우 사실상 세 번째 생산국이 된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의 미사일 공세가 격화되면서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부족을 호소해왔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최근 러시아가 발사한 탄도미사일 23발을 단 한 발도 요격하지 못했다고 밝히는 등 방공망 공백이 현실화한 상황이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우크라이나가 직접 생산할 수 있다면 자국 방어는 물론 동맹국 지원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미국에 생산 라이선스 부여를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하지만 이번 발표가 곧바로 우크라이나의 자체 생산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생산 허가 절차와 공장 건설, 공급망 구축 등을 고려하면 실제 미사일 생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미 국무부의 기술 이전 및 해외 생산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가안보상 필요할 경우 대통령이 일부 절차를 단축할 수는 있지만, 이번 발표가 사전에 충분한 정책 검토를 거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아직 생산 업체에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생산 기술 역시 높은 장벽이다. 패트리엇은 레이더와 탐색기, 유도장치, 추진체 등 수많은 고난도 부품으로 구성된 첨단 무기체계로, 단순히 공장을 세우는 것만으로는 생산이 불가능하다. 핵심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협력업체와 생산망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독일도 2024년 패트리엇 생산 계획을 발표했지만, 첫 물량은 2027년에야 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생산 대상이 기존 PAC-2인지,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이 뛰어난 최신 PAC-3인지도 변수다. 우크라이나 방산협회의 세르히 혼차로프 회장은 “PAC-2가 생산은 더 쉽지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PAC-3”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생산시설이 들어설 경우 러시아의 우선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방산업계는 이번 발표를 실제 생산 허가라기보다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 의지를 보여주는 정치적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한편 패트리엇 재고는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지역 긴장이 높아지면서 미국의 재고가 빠르게 소진됐고 걸프 국가들까지 패트리엇 확보 경쟁에 뛰어들면서 전 세계 공급망이 빠듯해진 상태다.
우크라이나는 자체 방공체계 개발도 추진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최신형인 PAC-3 확보가 여전히 핵심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