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의 월드컵서 브라질 꺾고 8강 오른 노르웨이
어린 나이 경쟁 강요 않는 ‘유소년 육성 시스템’ 주목
‘빨리 고르는 것’ 보다 ‘오래 남게 하는 것’에 집중
엘링 홀란이 5일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 뉴욕·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16강 브라질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인구가 550만명뿐인 노르웨이가 28년 만에 출전한 북중미 월드컵에서 5회 우승국 브라질을 꺾고 사상 처음 8강에 진출했다. 엘링 홀란, 마르틴 외데고르, 안토니오 누사 등이 주축이다. 외신들은 최근 “노르웨이의 성과를 단순히 황금세대의 등장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어린 나이부터 경쟁과 선발을 강화하지 않는 노르웨이 특유의 유소년 스포츠 시스템을 주목했다.
노르웨이 스포츠 시스템의 핵심은 ‘빨리 고르는 것’보다 ‘오래 남게 하는 것’에 가깝다. 노르웨이 체육을 총괄하는 노르웨이체육연맹(NIF)은 1987년 아동 스포츠 참여와 안전, 즐거움을 보호하기 위한 ‘아동 스포츠 권리’를 도입했고 2007년 이를 개정했다. NIF 등록 클럽과 지도자는 이 원칙을 따라야 한다.
경쟁은 단계적으로 허용된다. 9세 미만 어린이는 지역 클럽 경기 중심으로 활동한다. 어린 연령대에서는 결과 목록과 리그 순위표, 우승 트로피를 앞세운 경쟁을 제한한다. 11세부터 활동 범위가 넓어지지만 본격적인 순위 경쟁은 여전히 억제된다. 전국선수권 성격 대회 출전도 13세부터 가능하다.
노르웨이는 조기 선발 속도를 오히려 늦춘다. 여러 종목을 경험하고 나중에 주 종목을 선택하는 식이다. 로이터도 지난 2월 노르웨이의 동계올림픽 성공을 분석하면서 “조기 순위 경쟁을 피하고, 여러 스포츠를 통해 운동 능력과 사회성을 기르는 방식이 시스템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홀란도 어린 시절 축구만 하지 않았다. 핸드볼과 육상, 크로스컨트리 스키 등을 경험했다. 축구에 집중한 것은 14세 무렵이었다. 영국 가디언은 “핸드볼에서 익힌 점프 동작과 공중 감각, 스키와 육상 등을 통해 발달한 신체 조정 능력이 그의 플레이와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알렉산데르 쇠를로트는 어린 시절 축구와 핸드볼, 스피드스케이팅을 함께했다. 골키퍼 외르얀 뉠란도 축구와 함께 핸드볼, 알파인스키를 했다.
시설 투자도 병행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노르웨이는 추운 기후와 넓은 국토라는 불리한 조건을 보완하기 위해 2016년 이후 500개가 넘는 인조잔디 구장을 조성했다. 조기 엘리트 선발은 늦추되, 많은 어린이가 일상적으로 공을 찰 수 있는 환경은 확대한 것이다. ‘경쟁을 줄인다’는 게 ‘훈련을 적게 한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로이터는 “노르웨이 스포츠의 경쟁력은 어린 시절의 즐거움, 폭넓은 참여, 다종목 경험, 종목 간 협력에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르웨이 모델을 그대로 다른 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지는 별개 문제다. 국가마다 상황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노르웨이의 사례는 엘리트 스포츠의 오래된 전제인 ‘어린 나이에 선수를 빨리 선별해야 하는가’, ‘유망주는 한 종목에 일찍 집중해야 하는가’, ‘어린이 경기에도 순위표와 우승 경쟁이 반드시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어린 시절에는 결과보다 참여를 우선하고, 한 종목을 강요하기보다 선택권을 보장했다. 유망주를 빨리 추려내기보다 가능한 한 많은 아이가 지역에서 오래 운동하도록 했다. 아이가 경기를 못해도 공개적으로 창피를 당하지 않고, 9세 어린이가 9세답게 스포츠를 즐기도록 하자는 취지가 노르웨이가 스포츠 강국이 된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