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국무총리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정근기자
정부가 9일 인공지능 전환(AX)·탄소중립 전환(GX) 등 산업전환에 따른 일자리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첫 기본계획을 내놨다. 산업전환 추진을 “일자리를 없애는 과정이 아니라 일자리를 새롭게 키워가는 과정”으로 규정하고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을 오롯이 짊어지지 않도록 국가의 지원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3대 메가프로젝트’ 등 산업정책은 빠르게 수립되는 반면 노동자 보호 대책은 여전히 원칙 확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우려스럽다.
정부는 이날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산업전환 고용안정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산업전환고용안정법에 따라 수립된 첫 법정 계획이다. 내용을 보면 정부는 AI 노출도가 높은 직무의 고용 변화를 나타내는 ‘한국형 카나리아 대시보드’를 운영하기로 했다. 대시보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지난 5월 마련한 행정명령에도 담긴 내용으로, 노동시장 변화를 미리 감지·대응하려는 국제적 추세에 부합한다.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협업하는 기술로 만들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도 의미가 있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지가 예정된 지역이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로 지정돼 고용안정 지원을 받도록 한 내용도 포함됐다.
문제는 AI 산업정책은 속도전인 반면 산업전환 고용안정 대책은 제자리걸음이라는 점이다. 산업전환고용안정법은 정부의 고용안정 기본계획 수립을 의무화했지만, 첫 기본계획은 법 시행(2024년 4월) 뒤 2년3개월이 지나서야 마련됐다. 정부는 노사정이 참여하는 산업전환 고용안정위원회, 업종별 분과위원회를 설치해 구체적 방안을 만들 예정인데 법 개정이 필요해 시간이 걸린다. 노동자를 제때 지원하지 못하는 산업전환은 ‘정의로운 전환’이라고 할 수 없다.
정부는 고용안정 대책의 세부안을 조기에 마련하는 것은 물론 산업전환 비용을 감당하게 될 노동자를 더 두껍게 보호해야 한다. 본인 책임이 아닌데도 부득이하게 일자리를 잃게 되는 이들에게 그만큼의 보상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일자리가 없어진 고령 노동자들에게 연금 수급 시점까지 고용조정지원금을 주는 독일 사례 등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산업전환 과정에서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큰 비정규직·하청 노동자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를 만드는 것도 놓쳐선 안 될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