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는 시위를 벌여온 극우 성향 시민단체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김병헌 대표가 지난 3월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 정문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고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촉구하는 집회를 경찰이 금지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이 집회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했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반인권적 표현을 쓰는 등 헌법 정신에 반한 점을 고려하면 표현의 자유를 보호할 가치가 낮다고 지적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는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가 서울 성동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옥외집회·시위 금지 통고처분 취소 소송에서 9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김 대표는 지난 1월1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 정문에서 ‘위안부 사기 중단 및 위안부상 철거 촉구 집회’를 열겠다고 관할인 성동경찰서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교 주변 지역에서의 집회로 학습권을 뚜렷이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집회 금지를 통고했다. 이에 김 대표 측은 집회 예정일이 공휴일이라 학습권 침해 우려가 없고, 금지 처분은 헌법상 금지된 사전 허가제에 해당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김 대표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학교는 공공성이 크고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권을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공간이므로 상시적으로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며 “방학이나 공휴일에도 폐교되지 않는 이상 학교로서의 기능을 유지하고, 실제 등교하는 학생들도 있는 만큼 공휴일이라는 사정만으로 학습권 침해 우려가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집회 금지 통고 처분이 사전 허가제라는 김 대표 측 주장에는 “입법자가 집회의 자유와 학습권이라는 두 기본권을 형량하여 일정한 요건 하에 금지통고 또는 제한통고를 통해 집회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므로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허가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집회 내용의 반인권적 성격을 비판했다. 김 대표 측이 배포한 홍보물 등에는 ‘위안부’ 피해자가 겪은 성적 학대를 자발적 성매매라고 주장하고, 성매매 종사자를 비하하는 비속어가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원고가 주장하는 내용은 법적으로 인정된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거나 비하·왜곡하는 것으로 헌법 정신에 반하며, 그 표현 자체로도 헌법 최고의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 및 양성평등 보호라는 기본권적 가치에 반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 집회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뚜렷이 침해함은 물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을 침해한다”며 “(원고의 표현들은) 그 보호 가치가 매우 낮으므로,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한 (경찰의) 처분은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앞서 김병헌 대표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허위사실을 올려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 4월 구속 기소됐다. 김 대표는 지난달 ‘위안부’ 피해자 등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추가 기소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