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동맹이 통제권을 더 빠르게 가져가려는 움직임을 두고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했다. 미 동맹 전략 변화를 볼 때 이제 우리의 질문은 ‘전시작전통제권을 전환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성공적 전환을 이룰 것인가’로 바뀌어야 한다.
전환을 우려하는 측은 ‘조건이 충족돼 있는가’라고 묻는다. 국가 안보에 조금의 빈틈도 허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일견 타당하다. 다만 분명히 해둘 점이 있다. 전작권 전환은 갑자기 등장한 구호가 아니라 2006년 합의 이래 20년 가까이 준비해온 과업이다.
‘조건’을 군 내부 역량으로 좁힌다면 더 큰 변화를 놓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안보 인식을 관통하는 개념은 ‘전략적 동시성’이다. 세계 각지에서 분쟁이 동시다발로 발생하고, 미국은 그 모두에 응답할 수 없다. 이는 “동맹이 미국을 착취해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사고를 강화한다. 지난 2월 시작된 이란 전쟁은 그 변화를 가속화한다. 전략적 동시성을 심화시켜 동맹 재편을 가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무기 판매를 “좋은 협상 카드”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대만조차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북핵 위협과 지정학적 여건을 생각하면 한·미 동맹은 우리 안보의 근간이다. 그러나 변화한 환경에 맞춘 조정 또한 불가피하다. 미국은 제한된 자원으로 안보 목표의 우선순위를 가릴 것이고, 한반도가 후순위로 밀리면 과거 같은 지원은 당연하지 않다. 의존이 깊을수록 미국의 역외 임무에 끌려들어갈 위험도 커진다.
강한 동맹의 조건도 바뀌고 있다. 미국이 전 세계를 압도하던 시대에는 지정학적 위치와 주둔 여건 보장이 조건이었다. 그러나 장기화할 미·중 경쟁 시대에는 미국에 반드시 필요한 전략적 가치를 지녔는지가 동맹의 조건을 결정한다. 실제 미 국방 전략도 한국이 높은 국방비와 견고한 방위산업,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북한 억제의 1차적 책임을 맡을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한국은 세계 방산 수출 4위에 올라 러시아와 독일도 제쳤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진정한 조건’이 드러난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미 증원 전력이 오지 않으리란 우려가 있다. 그러나 오히려 두려워할 것은 미국의 전략적 가치의 우선순위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과거식 증원을 변치 않을 약속으로 믿는 안일함이다. 진정한 조건은 전환 전후 한반도 억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새로운 한·미 협력을 기획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20년을 준비해온 한국은 미국이 찾는 새 동맹 모델의 모범 사례가 될 최적의 국가다.
이란 전쟁이 마무리되면 미국은 동맹 재강화에 나설 것이다. 거친 언사와 달리, 미국도 동맹 없이는 미·중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성공 모델이 절실한 지금, 한국은 이를 지렛대 삼아 전작권 전환을 포함한 동맹 재편을 주도하며 한반도 억제가 계속 강화되도록 미국과 협력해야 한다. 그것이 성공적 전환의 진정한 조건이자 미래 동맹의 새로운 비전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변화를 우리 손으로 설계할 용기다.
설인효 국방대 전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