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 성공률 ‘40년 만에 최저’
키커 습관·방향 분석해 약점 압박
잇단 결정적 선방, 경기 흐름 바꿔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페널티킥이 더 이상 ‘확실한 득점 기회’가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 페널티킥 성공률이 눈에 띄게 떨어지며 4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스포츠 데이터 전문 매체 ‘옵타 애널리스트’는 9일 이번 월드컵 주요 트렌드를 분석하며 페널티킥 성공률 하락을 눈에 띄는 변화로 꼽았다.
이번 대회에서 8강 진출팀이 가려질 때까지 경기 중 선언된 페널티킥은 총 31개다. 이 가운데 21개만 성공해 성공률은 67.7%에 그쳤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64.7%)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승부차기까지 포함하면 59개 중 20개가 실패해 성공률은 66.1%다. 1966년 잉글랜드, 1970년 멕시코 대회에서는 페널티킥 13개가 모두 성공했으나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 77.6%를 기록한 후 성공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골키퍼들의 선방이 돋보였다. 페널티킥 31개 중 7개를 골키퍼가 직접 막았고, 3개는 골대를 벗어나거나 맞고 나갔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도 페널티킥 2개를 모두 놓쳤다.
옵타는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 골키퍼들의 발전을 꼽았다.
최근 골키퍼들은 상대 키커의 습관과 방향을 데이터로 분석하고, 킥 직전 심리전과 타이밍 싸움까지 체계적으로 준비한다. 감각이 아니라 과학적인 분석이 승부를 좌우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키커들의 킥은 정체됐다. 수비벽의 방해 없이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우위 상황에서도 골키퍼들의 분석과 타이밍 싸움에 말려 실축하거나 골대를 벗어나는 킥이 속출하고 있다. 월드컵 무대에서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도 크게 작용한다.
이번 대회에서 모로코의 야신 부누, 스위스의 그레고어 코벨 등은 페널티킥과 승부차기에서 결정적인 선방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로이터통신도 최근 승부차기와 페널티킥이 더 이상 ‘운’이 아니라 연구와 분석이 필요한 전문 영역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르웨이 스포츠과학대학의 심리학자 게이르 요르데트는 700회가 넘는 국제대회 승부차기를 연구한 결과, 골키퍼들의 데이터 분석이 진화하는 상황에서 “키커들은 페널티킥 기술보다 극도의 압박을 견디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48개국 체제의 이번 월드컵은 경기당 평균 2.94골로 역대급 ‘골 잔치’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가장 확실한 득점 기회로 여겨진 페널티킥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데이터와 심리전으로 무장한 골키퍼들의 진화가 월드컵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