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통위, 네이버·구글 등 9곳에 허위조작정보 1차 대응 맡겨
업계, KISO 심의로 우회 가능성…“사례 축적 땐 안정” 의견도
개정 정보통신망법으로 허위조작정보의 1차 판단을 떠안게 된 플랫폼 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부도 어려워하는 허위조작 판단을 민간기업이 하는 것은 부담이 너무 크다는 입장이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등 외부 심의기구에 결정을 넘기는 ‘우회로’를 택하는 비중이 높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예측 가능한 운영 방식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지난 8일 허위조작정보 대응 의무가 있는 플랫폼으로 네이버·카카오·에이엑스지(AXZ·다음 운영사)·네이트·디시인사이드 등 국내 5곳과 구글·메타·엑스·틱톡 등 해외 플랫폼 4곳 등 총 9곳을 지정했다.
허위조작정보 대응 의무가 있는 플랫폼은 허위조작정보 신고가 접수되면 이를 자사 자율운영정책에 따라 1차로 처리하고 운영 현황을 공개해야 한다.
플랫폼들은 무엇을 허위조작정보로 볼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호소한다. 한 플랫폼 업체 관계자 A씨는 “어떤 사건의 진위는 즉시 확인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드러나기도 하고, 판단이 뒤바뀌는 경우도 많다”면서 “사용자 여론에 민감한 플랫폼 입장에서는 판단을 최대한 소극적으로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플랫폼 업체 관계자 B씨는 “신고 기능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면서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게시물을 가리거나 삭제하는 것은 부담이 크고, 당장 명확한 기준을 만들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허위조작정보는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조작인 정보이면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이 충족돼야 한다. 또 해당 정보가 타인이나 공공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점도 입증돼야 한다. 단순히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법상 허위조작정보로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방미통위는 같은 날 브리핑에서 ‘정부가 직접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과도한 개입이 될 수 있어 신중하게 보고 있다’며 플랫폼의 자율운영정책에 따른 판단을 강조했다.
A씨는 “형식은 자율운영이지만 실질은 플랫폼이 책임을 떠안는 ‘자율규제의 의무화’ 같은 방식”이라며 “방미통위도 직접 판단하기 어려운 영역인데 민간기업이 이를 판단한다는 것은 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에 플랫폼들이 초기에는 KISO에 관련 사건의 판정을 맡기는 방식을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ISO 회원사인 플랫폼은 ‘판단이 어려운 경우’ KISO 심의특별위원회에 신고 사건을 넘길 수 있다. 일종의 보완 절차이지만 명확한 기준이 세워지기 전까지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KISO를 판단기구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B씨는 “플랫폼 입장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는 애매한 사건은 KISO 심의를 거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A씨도 “플랫폼은 법원처럼 허위성 등을 최종 결정할 권한이 없다”면서 “KISO 등 심의기구와 협력하는 구조를 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사례가 축적되면서 점차 제도가 안정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외국계 플랫폼 관계자 C씨는 “이번 조치는 기존에 플랫폼이 해오던 자율규제의 연장선으로 볼 수도 있다”면서 “처음에는 다소 우왕좌왕할 수 있지만 정부와 소통 과정에서 혼란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최근 인공지능(AI)까지 접목되면서 허위정보 확산이 심해지고 있어 억제할 장치가 필요한 건 사실이고, 제도가 얼마나 예측 가능하게 운영될지가 관건”이라며 “정부가 이번 제도의 적용 이전과 이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사례 중심으로 방향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