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임금님 납시오
강혜숙 글·그림
초록귤 | 48쪽 | 1만8000원
1990년대에 배추도사 무도사가 나오는 TV 프로그램 <옛날 옛적에>가 있었다. 전래동화 애니메이션인데 그중 몇편은 이미지도 내용도 강렬했다. ‘도깨비 방망이’ 편은 숲에서 도깨비 가족을 만나 몸을 숨긴 착한 사람이 배가 고파 개암을 깨물었는데, 그 소리에 놀란 도깨비들이 방망이를 두고 갔고, 그 바람에 부자가 됐다는 얘기였다. 물론 이야기는 뒤이어 마음씨 고약한 사람이 따라 했다가 도깨비들에게 혼이 나는 구성이다. 권선징악의 통쾌한 내용이지만 어린 시절 ‘착한 이도 허락 없이 남의 물건을 가져왔는데 도깨비들이 찾아오진 않을까’ 하는 걱정 어린 생각이 들었기에 그 에피소드를 기억한다.
<도깨비 임금님 납시오>에서도 설화를 뼈대로 개성 넘치는 일곱 도깨비와 야무진 어린이의 만남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도깨비들이 장난칠 상대로 점찍은 어린이는 집안일에 바빠서 그들을 귀찮아한다. 아이에게 좋은 꾀가 떠오른다. 도깨비보다 왕관을 쓴 임금이 무섭다며, 임금이 되고 싶은 도깨비는 보물을 구해 오라고 말한다. 가지각색 보물 앞에서 주인공은 하나씩 써보고 으뜸을 정해주겠다며, 진짜 임금을 뽑을 때까지 모두 임금이라며 모자를 하나씩 주고 기다리라고 한다. 모자를 얻어 쓴 도깨비들은 ‘뭐가 된 것 같다’며 마냥 신나 한다. 아이는 보물로 고약한 임금을 골려주고 남들을 돕는다. 도깨비들은 어떻게 됐을까. 장난꾼들답게 보물은 신경도 안 쓰고 가끔 모자를 쓰고 몰려다니는, 모두가 행복한 결말로 끝난다.
책 속 도깨비들이 익살스러우면서도 순수하고 요즘 말로 ‘쿨’해서, <옛날 옛적에> 시청 후 결말을 걱정했던 아이도 이들의 복수극은 상상 안 할 듯하다. 도깨비 세상도 세대가 확 바뀐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