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시티피케이션
코리 닥터로 지음 | 박희원 옮김
흐름출판 | 456쪽 | 2만4000원
‘엔시티피케이션’(Enshittification)은 ‘똥’을 일컫는 비속어(shit)에 ‘~이 되게 하다’라는 접두사(en-), ‘~화하다’라는 접미사(-ify)를 붙여 저자가 만든 말이다. 재기발랄했던 플랫폼이 부패해가는 현상을 한 단어로 축약한 단어다.
과정은 이렇다. ‘플랫폼이 사용자에게 잘한다→사업자 고객(광고주 등)의 편의를 위해 다른 사용자를 괴롭힌다→똥 더미가 된다’. 페이스북이 같은 길을 걸었다. 알고 싶은 지인의 근황보다는 보기 싫은 광고가 가득 차 눈길 주기 싫은 매체가 됐다. 망했지만 사라지지 않은 똥 더미가 된 이유는 ‘집단행동 문제’ 때문이다. 너무 많은 친구가 페이스북을 쓰고 있어서, 이들과 친교하려면 페이스북을 떠날 수 없는 ‘인질’이 돼버린 것이다.
구글은 “검색 결과의 질을 떨어뜨리면 찾던 정보를 얻을 때까지 쿼리(검색어 입력)를 여러 번 실행하게 될 테고, 검색 페이지마다 광고를 더 보여줘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제안을 실행했다. 구글이 검색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으므로 가능했던 일이다. 어도비는 포토샵 등 자사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로만 이용하도록 독촉하면서, 특정 색상의 라이선스 비용을 2022년부터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시작했다.
플랫폼의 영향력이 비대해져버린 현실 속에서, 저자는 “좋은 인터넷은 가능하다”며 엔시티피케이션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플랫폼은 자율 규제에 영 재주가 없다”며 “‘플랫폼을 착하게 만들기’에서 ‘플랫폼을 덜 중요하게 만들기’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게 어떨까”라고 제안한다. 플랫폼 종속을 막기 위해 SNS 회사가 사용자의 네트워크와 관련된 파일을 강제로 제공하도록 요구하는 정책은 그의 제안 중 하나다. 쌓아놓은 네트워크를 버리기 아쉬워 플랫폼을 떠나지 못하는 문제를 해소하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