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업전환 고용대책 발표
5년간 100만명에 AI 직업훈련
“소득 보전은 사회적 논의 필요”
인공지능(AI)이 사람을 대신하고 석유·화학산업이 축소되는 등 AI·녹색 전환이 산업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정부가 이에 대비하는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다만 구체적인 소득 공백 대책은 추후에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는 9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런 내용이 담긴 ‘산업전환 고용안정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디지털 전환(AX)과 탄소중립 전환(GX)이 맞물린 ‘복합 전환’이 야기할 고용 충격에 대비한 5년 단위 계획이다.
우선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 변화를 상시 감시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내년까지 한국 노동시장에 맞는 ‘한국형 AI 노출지수’를 개발해 AI가 직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AI 영향을 많이 받는 직무를 선별한 뒤, 산업·연령별 고용 변화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한국형 카나리아 대시보드’를 운영한다. 카나리아 대시보드는 미국 스탠퍼드대 디지털경제연구소가 개발·공개한 분석 도구로, AI 노출도가 높은 직업군의 고용 변화를 추적한다.
정부는 고용 충격이 큰 지역에 협의체를 운영해 전환 동향을 상시 점검하고, 고용 충격 현실화 시기와 규모를 파악해 맞춤형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전환 충격이 큰 지역은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로 지정해 행정·재정 지원을 집중한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시설이 보급되면 새로운 일자리도 생길 것이라며 운영·유지보수 등 ‘그린칼라’ 직종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직업훈련과 창업 지원도 확대한다. 비수도권 중심으로 훈련 인프라를 확충해 2030년까지 100만명 이상에게 AI 직업훈련을 지원한다. 재취업지원서비스 의무 사업장은 노동자 1000명 이상 사업장에서 2029년까지 30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창업을 지원하고 사회적기업 일자리를 2030년까지 9만명으로 늘린다. 소득 기반 고용보험을 내년부터 시행하고, 성과공유제 대상을 플랫폼·유통 등 기업 간 거래 전반으로 확대한다.
정부는 산업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득 공백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은 제시하지 못했다. 독일은 2038년까지 진행하는 완전 탈석탄 정책으로 일자리를 잃는 발전소 노동자 등 최대 4만명에게 ‘고용조정지원금’을 지급한다. 58세부터 연금 수급 시점까지 소득감축분을 보전하고, 조기 퇴직으로 연금이 줄어들면 보상금도 지급한다. 덴마크는 전직 후 임금 하락분의 30~50%를 보험으로 보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소득 공백을 어떤 방식으로 보전할지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매년 연차별 계획에서 세부사업을 발표할 방침이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후위기와 AI, 인구 감소는 떼어놓고 볼 수 없는 복합위기인데 이번 계획은 과제가 병렬적으로 나열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를 보완해야 한다”며 “일자리 양뿐 아니라 원·하청 구조와 비정규직, 임금 수준, 고용 안정성 등 일자리의 질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