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미 기업에 부담 부과 안 돼”
구글·메타 등 빅테크 기업 ‘방어전’
정부 “개정 과정서 미 측 협의 거쳐”
미국 국무부가 최근 한국에서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법(정통망법)에 관해 “과도한 콘텐츠 규제를 초래하고 표현의 자유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관련 제재 문제에 이어 정통망법이 양국 갈등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 취재를 종합하면 미 국무부는 8일(현지시간) 한국 언론의 질의에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한국은 미국 기업들에 과도한 부담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무부는 “법 시행을 표현의 자유에 대한 검열을 요구하는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면서 “개정법 시행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한국 정부와) 주요 이해관계자들, 특히 미국 테크기업의 지속적인 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개정 정통망법은 SNS, 포털 등에서 허위조작정보와 차별을 선동하는 불법정보 등의 유통을 금지하고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게 골자다.
국무부는 지난해 12월 이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하자 “한국은 디지털 서비스에 불필요한 장애물을 만들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쿠팡 문제에 더해 개정 정통망법 시행이 한·미 간 협의의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미 연방 하원 법사위원회에 이어 백악관이 “쿠팡은 이재명 정부에 의해 표적이 되고 있다”는 입장을 내면서 핵추진잠수함 도입 등 한·미 안보 분야 협상에 쿠팡 문제가 연계될 가능성이 거론됐다. 정부는 미국과의 안보 분야 후속 협의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자국 빅테크에 대한 규제 입법을 주도한 유럽연합(EU) 전직 고위 관료를 입국 금지하는 등 자국 테크기업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강경화 주미한국대사는 8일 워싱턴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쿠팡 문제는) 한·미관계에 부담 되지 않게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자는 공감대가 양국 정부 간에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백악관까지 나서 쿠팡을 옹호하는 입장을 밝힌 배경은 아직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이날 개정 정통망법과 관련해 “국내외 기업에 대한 차별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 않으며, 헌법에 따른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면서 “법 시행 과정에서 미국 측과 필요한 소통을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 법 초안이 수정되는 과정에서 미국 측 기업을 포함한 여러 이해관계자와 협의를 진행했고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