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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틀랜타에 사는 20대 여성 이사이아스는 지난 3월 중국 광둥성 선전으로 ‘의료 여행’을 떠났다. 담낭에 생긴 종양 제거 수술을 받기 위해서였다. 당초 미국 현지 수술을 고려했지만 1만달러(약 15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은 그를 지구 반대편으로 향하게 했다. 선전의 병원에서 같은 수술을 받는 데는 2000달러가 채 들지 않았다. 수술 후 이틀간 몸을 회복한 그는 선전을 며칠 둘러본 뒤 일명 ‘MZ 핫플’으로 떠오르고 있는 충칭으로 향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충칭을 많이 봤거든요. 중국에 온 김에 여러 도시를 가보려고요.”
미·중 대립이 날로 극심해지는 가운데 미국의 비싼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중국 등 아시아로 의료 여행을 떠나는 미국인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미 CNN방송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의료 관광 산업 성장세가 가장 뚜렷한 것은 중국이다. 글로벌 의료관광 중개플랫폼 ‘클리닉스온콜’의 지샨 자만 최고경영자(CEO)는 “18개월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 의료 서비스에 관심을 보인 고객은 전체의 10% 미만이었지만 지금은 문의 4건 중 1건이 중국 관련”이라고 말했다.
과거 북미 환자들이 멕시코와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를 선호했지만,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비용 부담도 커지면서 아시아 국가가 대안으로 떠올랐다고 그는 설명했다.
중국 광둥성의 선전은 떠오르는 의료 관광지 중 하나다. 지난 5월 선전인재공원의 모습. 선전|AFP연합뉴스
아시아 의료 관광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가격이다. ‘꿈의 항암제’라 불리며 각광받고 있는 CAR-T 세포 치료(면역 세포를 활용한 치료법)의 경우 유럽에서는 50만달러 이상 들지만 중국에서는 6만달러면 받을 수 있다.
CNN은 “중국은 가격 경쟁력과 비자 규제 완화, 높은 의료 수준을 무기로 다른 의료관광 신흥국들보다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며 지난해 중국 병원을 이용한 외국인이 2022년보다 73% 증가한 128만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매체는 중국 외에도 베트남과 필리핀이 의료 관광 허브로 거듭나기 위해 경쟁 중이라고 짚으면서 한국을 성공 사례로 소개하기도 했다.
한국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의료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지난해 200만명을 돌파했으며 이들이 동행자와 함께 한국에 머물며 쓴 돈은 12조5000억원에 달한다. 미국인 환자는 중국과 일본, 대만에 이어 4번째로 많은 17만3000여명으로 전년 대비 70% 이상 증가했다.
한국도 주요 의료 관광국 중 하나다.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약국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들어서고 있다. 한수빈 기자
위험 요인이 없지는 않다. 귀국 후 합병증이 발생했을 때 대응이 어려운 데다 의약품이나 의료 기기 관련 기준도 국가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언어 장벽도 극복해야 한다.
하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미국의 의료비가 달라지지 않는 한 미국인들의 의료 여행은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서비스센터(CMS)에 따르면 미국의 국가 의료비 지출은 2024년 5조3000억달러에 육박했다. 이는 2010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미국인을 겨냥한 의료관광 중개업체도 빠르게 늘고 있다. 홍콩에 본사를 둔 중개업체 메도라 헬스 관계자는 CNN에 “모두가 미국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미국은 말 그대로 ‘황금 시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