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의 구의동 테라코타 모습. 오윤 구의동 테라코타 보존추진위원회 제공
멸실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다시 발견된 한국 민중미술의 선구자 오윤(1946~1986)의 테라코타 벽화를 지키기 위한 시민 모금이 시작됐다.
10일 오윤 구의동 테라코타 보존추진위원회(추진위)에 따르면 추진위는 작품의 안전한 해체·이전과 보존을 위해 온라인 크라우드펀딩과 기금 마련 판매전을 진행한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 옛 상업은행(현 우리은행) 지점 건물 내벽에 남아 있는 이 벽화는 오윤이 1973년 동료 오경환, 윤광주와 함께 제작한 테라코타 부조다. 사람과 새를 형상화한 이 작품은 어느 시점부터 가벽에 가려져 미술계에서도 멸실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올해 건물 매각 과정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건물 철거가 예정돼 있어 작품은 다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보존 전문기관의 해체·이전 작업은 오는 21일 이후 진행될 예정이다. 작품 해체와 이전·보존 등에 드는 비용은 약 1억원으로 알려졌다.
추진위원회는 오는 31일까지 목표액 1억원의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한다. 최소 후원금은 1만원이다. 후원자에게는 오윤 판화 도상의 아트카드와 ‘칼노래’ 한정 아트프린트, 판화 구매 할인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오는 26일부터 8월9일까지 서울 인사동 관훈미술관에서 ‘오윤 구의동 테라코타 보존 기금마련전’도 열린다. 오윤이 생전에 제작한 판화를 비롯해 그의 동료·선후배 작가들의 작품이 출품된다. 판매액은 비용을 제외한 전액을 작품 이전과 보존에 사용할 예정이다.
오윤의 차남인 오상엽씨는 “멸실된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 작품이 다시 세상에 나온 것도, 그것을 지키자고 1만명 넘는 시민이 이름을 올려 주신 것도 유족으로선 벅찬 일”이라며 “이제 벽화는 저희 가족의 것이 아니라 시민 모두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 옛 상업은행(현 우리은행) 지점 건물에 설치한 오윤 테라코타 작품. 오윤 구의동 테라코타 보존추진위원회 제공
테라코타는 점토를 빚어 구운 조형물로 건축물의 벽면 장식 등에 쓰인다. 오윤은 군 제대 후 경주와 일산의 전돌 공장에서 흙을 다룬 경험을 바탕으로 당시 상업은행의 의뢰를 받아 구의동·종로4가·삼각지 지점에 테라코타 부조를 남겼다. 이 가운데 종로4가 작품만 남아 있고, 구의동과 삼각지 작품은 멸실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구의동 작품은 은행 객장의 마주 보는 두 벽면으로 구성됐으며, 각 벽면은 약 3.5m, 6m 크기다. 전돌을 빚어 구워 한쪽에는 사람을, 맞은편에는 새 등을 추상적으로 형상화했다.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종로4가 작품과 ‘형제작’이라 할 수 있다.
‘오윤 구의동 테라코타 보존 기금마련전’에 출품되는 오윤의 생전 판화. 왼쪽은 ‘칼노래’, 오른쪽은 ‘무호도’. 오윤 구의동 테라코타 보존추진위원회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