볶음밥 도시락. 경향신문 자료사진
볶음밥은 김밥과 함께 도시락 단골 메뉴로 꼽힌다. 반찬이 따로 필요 없고 한 끼 식사로도 든든하다. 하지만 식품안전 전문가들은 여름철만큼은 볶음밥 도시락을 조금 더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볶음밥은 세계적으로도 식중독 사례가 반복적으로 보고되는 대표 음식 가운데 하나다.
원인은 ‘바실루스 세레우스’라는 세균이다. 이 균은 토양과 곡물에 흔하게 존재하며 생쌀에도 포자 형태로 남아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이 포자가 밥을 짓는 과정에서도 살아남는다는 점이다.
볶음밥이 유독 위험한 이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조리된 밥을 실온에 오래 방치할 경우 바실루스 세레우스가 빠르게 증식하면서 독소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더 큰 문제는 이 독소가 열에 매우 강하다는 점이다. 이미 생성된 독소는 다시 볶거나 전자레인지로 재가열해도 쉽게 파괴되지 않는다. 흔히 “다시 끓였으니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볶음밥 식중독에서는 통하지 않는 이야기다.
흰쌀밥 자체보다 볶음밥이 더 위험한 이유는 재료 때문이다. 달걀과 햄, 고기, 채소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면서 수분과 영양분이 늘어나고 세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아침에 만든 도시락이 점심시간까지 상온에 놓이면 위험은 더 커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조리된 밥류와 복합조리식품은 여름철 식중독 위험이 높은 식품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살모넬라 식중독 사례에서도 김밥, 도시락, 달걀 조리식품이 주요 원인 식품으로 나타났다.
여름철 도시락 이것만큼은 피하세요
사실 더 위험한 음식도 있다. 전문가들이 볶음밥 외에도 여름 도시락에서 특히 조심하라고 꼽는 음식은 따로 있다.
1. 감자샐러드·마카로니샐러드
마요네즈 자체는 산도가 높아 비교적 안전하지만 감자와 달걀, 햄 등이 섞이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진다. 수분 함량이 높고 손이 많이 닿는 조리 과정 때문에 세균 증식 위험이 커진다.
2. 상추·오이 등 생채소
생채소는 수분이 많고 세척 후 남은 물기가 도시락 내부 습도를 높인다. 특히 잘라 놓은 오이나 양상추는 시간이 지나면서 수분이 나오기 때문에 세균 증식 환경을 만들 수 있다.
3. 달걀 반찬
식약처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여름철 살모넬라 식중독의 절반 이상이 7~9월에 집중됐으며, 달걀말이와 달걀지단 같은 달걀 조리식품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여름철엔 도시락을 싸는데도 주의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스팩을 넣으면 도시락 세균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식품안전 전문가들은 음식 온도를 5도 이하로 유지하지 못하면 세균 증식을 막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도시락은 가능한 한 완전히 식힌 뒤 담고, 보냉가방과 아이스팩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볶음밥은 조리 후 빠르게 식혀 냉장 보관했다가 가져가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