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방해 등 혐의 사건 상고심 선고기일인 9일 서울역에 관련 방송이 생중계되고 있다. 이날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권도현 기자
12·3 불법계엄 선포 이후 583일 만인 지난 9일, 대법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첫 상고심 판단을 내놨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를 방해한 혐의 등을 유죄로 보고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대법원이 대통령의 헌법상 불소추 특권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고, 공수처의 수사권 범위에 대해 판단을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 불소추 특권’ 처음 판단한 대법…“수사까지 금지는 아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지난해 1월3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서 대통령 관저가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관촌에 진입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계엄 선포 다음날인 2024년 12월4일 공수처에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와 내란죄 등을 명시한 고발장들이 접수됐다. 윤 전 대통령이 직권을 남용해 비상계엄 선포 후 경찰과 계엄군으로 하여금 국회 출입 통제 등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고, 국헌 문란의 목적으로 비상계엄 선포 후 폭동을 일으켰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공수처가 수사에 나서고 이를 바탕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이첩하자 윤 전 대통령 측은 줄곧 “공수처에는 수사 권한이 없다”고 반발했다. 공수처법에서 정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에 형법상 내란죄가 포함되어 있지 않고, ‘관련 범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또 당시 대통령으로서 헌법에 따라 내란·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 불소추 특권이 있었기 때문에 공수처가 직권남용죄로 수사를 개시할 수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1심에서부터 번번이 깨졌다. 공수처 체포 방해(특수공무집행방해)와 계엄 당시 국무회의에서 국무원 심의권 침해 혐의 등을 심리한 1심 법원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는 판결문에서 “공수처는 피고인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수사하던 중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직권남용의 ‘관련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동일한 사실관계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두 혐의의 ‘직접성’이 인정되고, 수사의 대상이 동일하고 직권남용 혐의 수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보면 ‘관련성’도 인정된다”고 했다.
2심 법원에 이어 대법원 역시 이런 판단을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수사의 효율성과 연속성 확보라는 공수처법상 관련 범죄 규정의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면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해 수사를 개시하면서 구체적 관련 범죄 혐의를 알게 된 경우도 수사할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나 임의수사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변호인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재직 중 형사상 소추가 금지되더라도 수사까지 전면적으로 금지된다고 볼 수는 없고, 대통령 직무 수행이나 국가원수로서의 권위 확보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의 수사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소추 특권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상 원칙에 대한 예외이기 때문에 그 예외의 적용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해서는 안 된다”며 “기본적인 수사까지 전면 금지된다고 보는 것은 불소추 특권의 문언이나 본질에 반할 뿐만 아니라 신속한 수사에 의한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형사법 이념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서부지법 발부는 위법” 주장도 기각…“주소 관할 법원 맞아”
12·3 내란사태의 우두머리 혐의로 지난해 1월 15일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청사 정문에 마련된 포토라인을 피해 후문으로 들어가고 있다. 문재원 기자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공수처가 발부받은 체포 영장이 부적법하다고 주장하고, 대통령 경호처를 동원해 영장 집행을 방해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의 관할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 체포와 수색영장을 청구한 것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서부지법 역시 관할 위반을 이유로 영장 청구를 기각했어야 하는데도 이를 발부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에 대해서도 “범죄지 또는 피고인의 당시 주소(서울 용산구)를 관할하는 서부지법은 피고인에 대한 체포 영장과 수색영장을 발부할 권한이 있었다”며 “피고인은 당시 정당한 이유 없이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공수처는 직권남용죄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내란 우두머리죄에 대한 수사권을 가지므로 체포 영장 발부의 실질적 요건이 충족됐다”고 했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이 1년 넘게 끌어온 ‘공수처 위법 수사’ 주장도 별 소득 없이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선고 이후 공수처는 언론 공지를 통해 “공수처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권한에 따라 수사를 진행했다. 수사권과 절차를 둘러싼 다양한 논란이 제기됐지만, 법원은 영장 발부 단계는 물론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판단을 통해 관련 쟁점을 심리하고 결론내렸다”고 환영했다. 이어 “이번 판결을 통해 그동안의 수사 절차와 권한에 관한 사법적 판단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