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종양 형성 위험성 여전히 존재” 제조상 결함 인정
법원이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를 투약받은 환자 139명이 제기된 손해배상 소송에서 환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2019년 소송 제기 후 약 7년 만에 나온 1심 판결이다. 인보사는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가 주성분이 뒤바뀐 사실이 드러나 허가가 취소됐다.
엄태섭 변호사가 2019년 6월23일 대구 동구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인보사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 절차를 설명하고 있다. 법무법인 오킴스 제공
11일 피해 환자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오킴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9부(재판장 고승일)는 인보사 투여 환자 139명이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난 9일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환자들이 부담한 주사비와 치료비는 물론, 1인당 위자료 3000만원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환자별 손해액은 1인당 약 3500만~4500만원으로 산정됐다. 재판부는 “정상적으로 허가된 치료제로 믿고 주사를 맞은 환자들이 종양 형성 위험을 되돌릴 방법을 찾기 어렵다는 점 등을 위자료 산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인보사는 일반 연골 유래 세포가 든 ‘1액’과, 치료 단백질을 만들도록 유전자를 넣은 연골 유래 세포의 ‘2액’을 섞어 무릎에 주사하는 치료제다. 그러나 허가 내용과 달리 실제 2액에는 신장 유래 세포가 들어 있었다. 법원은 이를 제조상 결함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연골 유래 세포를 의도했지만 신장 유래 세포로 밝혀졌으므로 설계와 다르게 제조됐다”며 “종양을 형성할 위험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허가를 받기 전 실제 어떤 세포가 사용됐는지 충분히 확인했어야 할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신장 유래 세포의 흔적이 검출됐다는 검사 결과를 전달받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인보사 개발 과정에서 2액 세포가 신장 유래 세포임을 알 수 있었음에도 주성분을 연골 유래 세포로 해 품목허가를 받아 제조·판매했다”며 약사법과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원고를 대리한 엄태섭 변호사는 “허가 받은 의약품의 안전성을 믿고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신뢰가 무너진 이번 사례에서 법원이 제조사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혀 의미가 크다”고 했다.
코오롱티슈진과 생명과학 측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하고 대응 전략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