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들은 꽃꿀이나 수액만으로는 충분히 얻기 어려운 나트륨 같은 무기질을 사람 땀에서 보충하기도 한다. 몸에 붙은 땀벌 이미지. 위키피디아
무더운 여름 야외에 나가면 이상하게도 유독 사람 주변을 맴도는 벌레들이 있다. 손으로 쫓아내도 다시 날아오고, 팔이나 다리에 내려앉아 좀처럼 떠나지 않는다.
모기처럼 피를 빨려는 걸까. 곤충학자들의 설명은 의외다. 피가 아니라 땀을 마시러 온 경우가 적지 않다.
사람 땀에는 벌레가 원하는 것이 들어 있다. 사람 땀은 대부분 물이지만 나트륨과 칼륨, 마그네슘, 아미노산, 젖산 등의 성분도 함께 포함하고 있다. 운동 후 스포츠음료를 마시는 이유 역시 땀으로 빠져나간 전해질과 미네랄을 보충하기 위해서다.
일부 곤충들에게는 사람 땀이 바로 이런 역할을 한다. 곤충들은 꽃꿀이나 수액만으로는 충분히 얻기 어려운 나트륨 같은 무기질을 사람 땀에서 보충하기도 한다.
곤충학에서는 이런 행동을 ‘머드 퍼들링(puddling)’이라고 부른다. 나비가 젖은 흙이나 물웅덩이에 모여 있는 모습도 같은 이유다.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호랑나비류가 특히 나트륨에 강하게 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나트륨 확보가 이러한 행동의 주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람 땀을 적극적으로 핥는 곤충도 있다. 대표적인 곤충은 땀벌(sweat bee) 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꼬마꽃벌류와 땀벌과(Halictidae) 곤충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사람 피부에 앉아 땀 속 나트륨과 미네랄을 섭취하는 습성이 있어 ‘땀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특히 등산이나 운동 직후 땀을 많이 흘린 사람 주변에서 자주 관찰된다.
또 일부 나비류 역시 사람 땀에 포함된 나트륨을 얻기 위해 피부 위에 내려앉는 행동을 보인다. 야외 활동 중 팔이나 다리에 나비가 오래 앉아 있었다면 꽃으로 착각한 것이 아니라 땀을 마시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모기는 조금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땀 때문에 모기에 더 물린다고 느낀다. 이 역시 일부 사실이지만 모기는 땀 외에도 다른 성분에 끌린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에 따르면 모기는 사람 땀 속 젖산과 각종 체취 성분을 감지해 사람을 찾아낸다.
여기에 체온 상승과 호흡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까지 더해지면 모기 입장에서는 “맛집 간판”이 켜지는 셈이다. 운동 직후나 땀을 많이 흘린 사람이 유독 모기에 잘 물리는 이유다.
집파리나 일부 등에류도 땀 속 수분과 염분, 체취 성분에 끌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 주변에 작은 파리들이 모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음식 냄새뿐 아니라 피부 표면의 수분과 염분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곤충 입장에서 여름철 사람의 피부는 단순한 피부가 아니다. 물과 전해질, 아미노산, 젖산이 함께 들어 있는 작은 보급소에 가깝다. 물론 모든 벌레가 땀 때문에 접근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운동 직후나 땀을 많이 흘린 날 유독 벌레가 달라붙는 느낌이 들었다면, 기분 탓만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적어도 몇몇 곤충들에게 인간은 꽤 괜찮은 여름철 스포츠음료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