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판매 전 대기하고 있는 중국계 신생 기업인 윈드로즈 테크놀로지의 전기트럭 R700(글로벌 E700) 모델. 윈드로즈 테크놀로지 홈페이지 갈무리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이 전기트럭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단거리 고정 노선을 중심으로 활용을 늘린 것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수 시장에서 기술력을 확인한 중국 전기트럭은 이제 해외 진출을 늘리고 있다.
12일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6 글로벌 전기차 전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중국 내 전기트럭 판매량은 40만5000대로 전 세계 판매량(42만6400대)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올해 1분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늘었다.
해외진출 사례도 늘고 있다. 중국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는 중대형 전기트럭 ‘8TT’를 미국에서 판매하는 것에 이어, 캘리포니아 현지 생산까지 하고 있다. 2022년 설립된 중국 스타트업 윈드로즈 테크놀로지는 지난 4월 1400마력급 클래스8 전기트럭 ‘글로벌 E700’을 미국 물류기업에 인도했고, 아시아·유럽·남미·오세아니아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전기트럭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수단 중 하나다. 그러나 높은 차량 가격과 충전 인프라 부족, 배터리 주행거리 한계 탓에 시장 확대가 쉽지 않았다. 화물운송에 대형트럭이 주로 이용되고 장거리 운행이 많은 점도 승용차에 비해 전기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중국은 빠르게 내수 시장에서의 실험을 바탕으로 기술·산업 경쟁력을 키웠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4월14일 공개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지역별 전기트럭 판매량이다. 다홍색이 중국 내 판매량이다. 국제에너지기구 홈페이지 갈무리
중국이 자국 내에서 전기트럭 판매를 급성장시킨 방법은 ‘운행 거리’를 좁히는 것에서 시작됐다. 탄소배출이 높은 광산, 철강 생산시설과 항만 등에 트럭을 먼저 배치해 단거리·고정 노선을 오가게 한 것이다. 노선이 짧아지고 고정되면서 운행 중 배터리 방전 위험이 해소됐고, 운행 계획에 맞게 충전도 가능해졌다.
전기트럭의 비싼 가격은 정부 보조금과 시장 경쟁의 결합으로 해결했다. 중국은 2012년부터 신에너지 차량(NEV)에 대해 보유세 등을 감면·면제했다. 노후 화물차를 전기트럭으로 바꾸면 지원금을 주는 ‘이구환신’(낡은 소비재의 신제품 교체 지원) 제도도 시행했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조사실장은 “여러 세제 혜택과 함께 전기트럭 보급을 많이 했다”며 “100종이 넘는 전기트럭 차종이 나타나면서 공급 측면에서도 경쟁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비야디(BYD)가 도심 유통과 라스트 마일 물류를 위해 설계한 7.5t 순수 전기 트럭인 ‘ETM6’ 모델. BYD 제공
이 같은 ‘길 위에서의 검증·보완’은 중국 전기트럭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 실제 주행을 통해 꾸준히 전기트럭이 가진 문제를 해결해나간 방식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중국 전기트럭은) 대량 생산을 하니 20~30% 정도 더 싸게 만들 수 있고, 길거리에서 테스트해가며 업그레이드한 만큼 기술 검증도 끝난 것”이라며 “더 싸고 성능도 검증이 된 모델인 만큼 세계 시장에서도 아무 대항마가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제 전기트럭의 장거리 운행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힘쓰고 있다. 중국 윈난성에서는 지난해 총 3350㎞에 달하는 대형 화물용 급속충전 회랑(도로)을 구축했다. 윈난성으로 이어지는 4개 주요 간선도로에 50㎞마다 충전소 1곳을 배치했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지난달 신규 트럭 중 전기트럭의 비중을 4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발표하며 트럭용 배터리 교환 시설이 있는 ‘무탄소 화물로’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반면 한국의 전기트럭 시장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기 화물차의 신규등록 대수(수입 포함)는 2023년 4만3890대로 고점을 찍고 2024년 2만535대, 지난해 2만7237대로 오히려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