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에서 분만과 소아 진료를 책임지는 필수의료 전문의의 고령화가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보기 위해 이동하는 의료진의 모습. 권도현 기자
비수도권에서 분만과 소아 진료를 책임지는 필수의료 전문의의 고령화가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수도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10명 중 6명, 산부인과 전문의는 10명 중 8명이 50세 이상이었다.
12일 국회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의원과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전국 요양기관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지난 4월 말 기준)는 총 6367명이었다. 이들 중 50세 이상이 3472명(54.5%)으로 절반을 넘겼다. 연령별로는 40세 이상~50세 미만이 31.0%로 가장 많았고, 50세 이상~60세 미만이 25.4%, 60세 이상~70세 미만이 20.3% 순이었다. 40세 미만은 14.4%에 불과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비수도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고령화가 두드러졌다. 30~40대 전문의(서울·경기는 20대 포함) 비중이 절반을 넘는 지역은 세종시(74.3%)와 서울(54.5%)뿐이었다.
비수도권(서울·경기·세종 제외)의 경우 50대 이상 전문의 비중이 평균 61.9%에 달했다. 광역지자체별로는 전남이 50대 이상 전문의 비중 70.5%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어 제주(68.6%), 경북(67.0%), 전북(64.2%), 충북(64.0%) 순으로 높았다. 반면 서울은 45.5%, 경기는 53.4%, 인천은 53.8%로 상대적으로 수도권에서 젊은 연령대의 전문의 비중이 높았다.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전문의 연령 현황. 심평원·김선민 의원실 제공·chatGPT 재구성
산부인과는 소아청소년과보다 고령화 정도가 더 심했다. 같은 자료를 보면 전국 산부인과 전문의는 6015명으로, 이 가운데 50세 이상이 4205명(69.9%)으로 10명 중 7명에 달했다. 비수도권으로 범위를 좁히면 50세 이상 비중은 78.5%까지 높아졌다. 지역별로는 경북의 50대 이상 비중이 92.9%로 가장 높았고, 전남(88.1%), 전북(86.8%), 경남(85.8%), 충북(83.5%)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60.1%)과 경기(64.6%), 세종(55.6%) 등과 비교하면 격차가 뚜렷134했다.
이 같은 고령화는 지역 모자의료 현장의 인력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전북대병원은 권역모자의료센터 신생아중환자실(NICU)을 책임져 온 김진규 교수가 사직하면서, 신생아중환자실을 폐쇄할 위기에 놓였다.
김 교수와 같이 후배 의사를 가르칠 지도전문의는 비수도권에서는 권역별로 1~2명에 불과한데, 이들이 그만두면 후배 의사들을 가르칠 사람이 더 이상 없다. 교육부의 2025년 교수실적 등록 자료를 보면 소아청소년과 분과별 정원책정 지도전문의는 전국 886명으로, 이 가운데 서울과 경기에만 603명(68.1%)이 몰려 있었다. 소아청소년과 중 신생아 분야 지도전문의는 전국 200명 가운데 서울 97명, 경기 37명 등 수도권에 134명(67.0%)이 집중됐다. 전북은 3명, 충북과 제주는 각각 2명에 그쳤다.
현장에서는 개별 병원을 지원하거나, 특정 수가를 올리는 식으로는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대한신생아학회는 “비수도권의 상황은 재난에 가깝다. NICU의 미래를 책임질 신생아분과 전문의의 신규 공급 라인이 완전히 끊겼다”라며 “이 위기는 이미 한 부처의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지난 11일 열린 ‘산부인과 회복을 위한 정책 포럼’에서 현재의 분만 환경 위기는 산과 전문의, 신생아 전문의, 병상, 이송체계라는 네 개의 축이 동시에 흔들리는 구조적 위기라고 지적했다. 학회는 권역별 모자의료센터 네트워크 구축과 함께 지역필수의료복무제(가칭)를 도입해 산과·신생아 전문의가 지역 거점병원에서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교수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