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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최근 출간된 소설집 <인비인>은 이 짧은 설명으로 소개가 가능하다.

추천사 없이 작가 직접 해설을 쓰자는 제안은 출판사에서 먼저 했다.

그는 "'혼모노'가 근사한 추천사 덕에 작품이 널리 알려졌다는 것은 명징한 사실이고 감사한 일이지만, 나는 내 이야기의 힘 역시 믿고 있다. 벼려온 문제의식이 작품 안에 축적되어 있다는 것을 서사와 작가 해설로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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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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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인명사전’ 읽으며 소설 쓴 성해나···“시대의 불의,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입력 2026.07.12 15:59

  • 고희진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40만부 팔린 ‘혼모노’이후 신작

인간과 비인간 경계 묻는 기담집 ‘인비인’

이번 책엔 추천사 없이 ‘작가 해설’만

“역사 왜곡에 탄식할 때 많아”

“멋으로 따라한 신문 읽기, 아이디어 얻어”

차기작, 박정민 출판사서 ‘듣는 소설’로

성해나 소설가. ⓒ표기식

성해나 소설가. ⓒ표기식

‘소설가 성해나의 기담집.’

최근 출간된 소설집 <인비인>(한겨레출판)은 이 짧은 설명으로 소개가 가능하다. 지난해 출간돼 40만부 이상 판매된 <혼모노>로 한국 문학계의 차세대 주자로 이름을 올린 성해나의 신작인데, 게다가 기담이라니. 새롭고 낯설면서도 시대의 단면을 포착한 소설을 원하는 젊은 독자들의 관심을 비켜 나가기 어려워 보인다. 무엇이 작가를 기묘한 세계로 이끌었는지 최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들었다.

‘인비인’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사람이 아닌 것, 혹은 사람이어야 마땅하나 사람이기를 스스로 멈춘 존재를 뜻한다. 책에는 이와 같은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 9편이 실렸다. 일제의 잔재를 다룬 소설들이 여럿 눈에 띈다.

표제작 ‘인비인’은 731부대의 생체실험에 가담했던 한 노인과 관련한 이야기를 다룬다. 책의 문을 여는 첫 소설인 ‘벚나무로 짠 5자 너비의 책상’에는 친일 후손이 물려받는 선대의 책상이, ‘소돔의 의로운 혈육들’에는 친일 유물이 소재로 쓰인다. 작가는 소설을 쓰던 당시에도, 지금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발행한 <친일인명사전>을 읽었다고 했다.

“뉴라이트나 동북공정 등 역사 왜곡을 통해 수많은 이가 지켜온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에 탄식할 때도 많은데, 이는 제대로 된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 아닐까요. 시대의 불의나 현안에 타협하거나 적당히 건드리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집요하게 파고들며 의문을 품는 것이 작가로서 결코 버려서는 안 될 기개라 생각합니다. 그 뜻을 품으며 자료를 찾고 ‘친일인명사전’도 읽었어요. 시대가 문학을 통해 조금이라도 변화하고, 이를 우리의 오답이자 과제로 남기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친일인명사전’ 읽으며 소설 쓴 성해나···“시대의 불의,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인공지능(AI)이 인간을 대신하는 사회에서 진짜 인간이란 무엇인지 질문하는 작품도 있다. ‘아미고’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미고에게 밀려난 스턴트맨의 이야기다. 아미고의 초고가 쓰인 2020년과 달리 지금은 챗GPT를 포함한 생성형 AI가 보편화됐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의 육체 노동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도 현실화되고 있다.

작가는 “사라지는 직업에 대한 우려, 그 빈자리를 AI가 갈음하는 것이 이제는 당연시되는 것 같다”며 “챗GPT도 마찬가지다. 처음 출시되었을 때는 반감도 심했지만 지금은 기업뿐 아니라 개인도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사회가 한 번 적응한 것에는 쉽게 무감해지고, 무심해지는 것 같다. (다만, 나는) 무감하지 못해 여전히 두렵다”고 말했다.

뉴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듯한 소설도 눈에 띈다. 작가는 “처음엔 친구가 조간신문을 읽고 출근한다고 해 따라 하게 됐다. 멋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이제는 습관이 됐다”며 “작품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동시대성에 집중하고, 그에 관한 소설을 쓴 터라 기민하게 세태를 읽는 데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면과 사회면, 국제면을 주로 읽는데, 가장 좋아하는 것은 ‘칼럼’이라며 “다양한 필진이 다채로운 의견으로 사회와 현상에 관해 논하는 지면이 하나의 건강한 공론장처럼 느껴져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출간한 소설집 <혼모노>는 배우 박정민의 추천사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로 화제를 모았다. 이번 책에는 유명인의 추천사도 평론가의 작품 해설도 없다. 대신 각 작품의 말미에 성해나가 직접 쓴 작가 해설이 수록됐다. 추천사 없이 작가 직접 해설을 쓰자는 제안은 출판사에서 먼저 했다.

그는 “‘혼모노’가 근사한 추천사 덕에 작품이 널리 알려졌다는 것은 명징한 사실이고 감사한 일이지만, 나는 내 이야기의 힘 역시 믿고 있다. (내가) 벼려온 문제의식이 작품 안에 축적되어 있다는 것을 서사와 작가 해설로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담집을 잘 읽어 보면 각각의 해설이 ‘정답’보다는 ‘질문’에 가깝다는 생각이 드실 것”이라며 “내 메시지에 독자분들이 자신만의 해석을 달아 더 깊은 독서 체험을 할 거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차기작인 장편소설은 오는 9월 박정민이 대표로 있는 출판사 무제에서 ‘듣는 소설’ 시리즈로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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