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코리아가 육아휴직 후 복귀한 임원을 평사원으로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이 나와 고용노동부가 진상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은 이사벨 푸치 이케아코리아 대표가 지난 4월 20일 서울 마곡 NSP홀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9일 글로벌 기업 이케아코리아가 육아휴직 후 복귀한 임원급 직원을 평사원으로 강등하고 권고사직을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회사는 조직 개편에 따른 직무 변화라고 해명했으나, 이 직원은 부서 통폐합을 이유로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법 전문가인 회사 대표가 이 직원에게 “집에서 편하게 있다가 세탁기처럼 빨리 돌아가는 데서 업무를 할 수 있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도 한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기업들이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권고사직을 압박하거나 중요한 프로젝트 및 승진 기회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경력보유여성을 밀어내는 일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은 성평등 고용과 워라밸을 중시해온 글로벌 기업의 직원조차 경력보유여성이 겪는 불안과 좌절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보여준다.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노동권 체계를 가진 스웨덴 태생의 기업이 한국 사업장에선 왜 이런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는지 궁금하다.
성평등가족부가 지난 9일 발표한 ‘2025년 여성의 경제활동 및 경력단절 실태조사’ 결과는 이 비극의 실상을 그대로 증명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19~54세 일하는 여성 절반 이상(56.7%)이 경력 ‘단절’을 겪으며, 재취업까지 평균 7.5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렵게 재취업해도 평균임금은 이전의 80% 수준(약 199만원)으로, 경력 ‘단절’ 전후 임금 격차가 3년 전(85%)보다 벌어졌다. 이는 경력보유여성들이 시간제 일자리 등 영세한 시장으로 내쳐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독박 육아로 경력 공백을 감수해야 하고, 출산 후 월급 앞자리 숫자가 바뀌는 경력보유여성들의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그 어떤 저출생 극복 정책도 무의미할 뿐이다. 정부는 출산휴가 직후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쓰는 자동 휴직제를 보장하고 휴직 후 불이익을 주는 기업은 엄벌해야 한다. 경력보유여성이 원래 직군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리턴십 프로그램도 시급한 과제다. 엄마가 된다는 것이 공들여 쌓은 사회적 자아를 포기하는 일이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