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두 차례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성숙화하고 양국관계의 전면적 복원을 선언했다. 특히 한국은 남·북·중 협력의 창의적 방안을 제안하면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요청했고, 중국도 ‘세 척 얼음은 한 번에 얼지 않는다’고 에둘러 말했지만, 호의적으로 반응했다. 특히 한·중 정상회담 직후 중국은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무단으로 설치한 고정 구조물 하나를 PMZ 밖으로 이동시켰고 한국 게임의 판호(게임서비스 허가권)를 추가로 발급하기도 했다. 또한 양국 국민의 민생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상호 출입국 절차의 간소화를 통해 인적 교류의 물꼬를 트면서 부정적 상호인식도 개선되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한·중관계가 삐걱거리고 있다. 다름 아닌 대만 문제 때문이다. 중국에 대만 문제는 ‘존재론적 안보’로 간주하는 핵심이익이자, 시진핑 국가주석의 역사적 서사이기도 하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대만 사수’ 결의를 보인 것이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는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라고 발언한 이후 중·일관계가 험악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도 3월 말 전자 입국 신고서에 중국(대만) 표기 항목을 삭제하는 해프닝 때문에 갈등이 있었고, 6월에는 여야 국회의원이 대만을 방문해 정무차장(차관)과 면담하면서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심지어 한·유럽연합(EU)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선 북·러 군사협력을 ‘강력히 규탄’하고 북핵 문제를 거론한 데 이어 남중국해, 대만해협,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현상 변경을 위한 일방적 시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은 새 정부의 대중 정책 방향을 깊이 우려하면서 한·중관계에 거리를 두기도 했다. 실제로 전략 소통 채널도 가동하지 않았고 6월 초 북·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국과의 물밑 대화는 시도해보지도 못한 채 무산되었다.
다행히 중국 외교부 아시아 담당국장이 당일치기로 서울을 방문해 “역대 정부에 걸쳐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는 우리의 정책 기조를 확인했고, 6월 말 다롄에서 열린 하계 다보스포럼 계기에 한·중 총리 회담을 개최해 그동안의 갈등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혔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러한 굴곡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숨 가쁜 정상외교를 소화하면서 달라진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확인하고 구체적 성과를 내고 있으나, 대만, 한반도 비핵화, 인도·태평양 전략, 한·미·일 안보협력,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협력 등에 대한 외교 메시지에서는 일관성이 부족하고 그것이 그대로 남북관계와 한·중관계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북한이 그 틈을 파고들어 중국과 전략적 협력의 밀도를 높여가면서 한반도 평화라는 기회의 창이 더 닫히고 있다.
지금 여기서 한·중관계 발전의 준칙을 다시 점검하지 않는다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에서 한·중 정상이 만나 한반도 평화 논의를 진전시키기 어렵게 될 가능성도 크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략대화, 공공외교, 초당적 의회외교를 활용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 상호 정책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를 넓혀야 한다. 특히 양국의 신뢰 자산을 약화시키는 외교 메시지의 일관성 부족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예컨대 대만 문제와 같이 휘발성이 강한 이슈는 진영과 이념에 숨은 가치외교로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돈된 메시지를 발신할 때가 되었다. 여당 의원이 대만과 교류할 때는 ‘공식성’을 부각하지 않거나 대만의 국가성을 인정하지 않는 정도의 공감대를 가지는 것이 대중외교에서 정부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
향후 한·중관계는 국제와 지역질서의 영향을 깊게 받으면서 양자관계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될 것이고, 인식·기대 차이가 벌어질 수도 있다. 특히 미국은 대만 카드를 중국 견제에 활용하는 데 우리를 연루시키고자 할 것이고, 중국도 한·미 동맹 현대화, 일본의 ‘우익 군국주의’에 대한 우리의 응수를 물을 것이다.
이제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마친 만큼 평가의 시간을 가질 것이다. 한반도 평화공존에 대한 한국적 방안을 국제사회에 얼마나 집요하게 설득했는지, 한반도 비핵화와 대만 문제가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어떻게 소비되었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대통령의 심모원려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참모들의 정책적 상상력과, 참모들 사이 인식 부정합이 반복되는 숙의 시스템도 함께 점검할 때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