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 판정으로 동료 골 취소에도
경기 후 상대 팀 찾아 축하·응원
엘링 홀란(사진)의 월드컵은 12일 끝났다. 그는 8강전에서 골을 넣지 못했고, 노르웨이는 연장 끝에 잉글랜드에 1-2로 졌다. 대회 7골을 기록한 홀란은 연장전 교체돼 벤치에서 탈락을 답답한 표정으로 지켜봐야 했다.
후반 동료의 골이 홀란의 반칙 판정으로 취소됐다. 직전 홀란이 잉글랜드 선수를 밀었다는 판단이었다. 접촉은 있었지만 골을 취소할 만큼 명확한 반칙이었는지를 두고 논란이 남았다. 노르웨이로서는 억울하다고 느낄 만한 장면이 또 있었다. 잉글랜드의 동점골 직전 공이 경기장 상공 카메라 케이블에 닿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골키퍼 외르얀 닐란과 노르웨이 선수들은 심판에게 항의했다. FIFA는 공 안의 센서 자료에서 접촉 신호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노르웨이 선수단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경기 후 홀란은 누구보다 침착했고 누구보다 성숙했다. 심판을 찾아가 따지지 않았다. 취재진 앞에서 판정 때문에 졌다고 주장하지도 않았다. 자신이 교체된 결정에 불만을 표시하거나, 골을 넣지 못한 책임을 동료에게 돌리지도 않았다. 그는 그라운드로 나가 잉글랜드 주장 해리 케인을 안아줬다. 이번 대회 득점 경쟁을 벌였고, 경기 전부터 비교됐던 상대 공격수였다.
홀란은 이날 2골로 노르웨이를 탈락시킨 주드 벨링엄도 안았다.
보도에 따르면 홀란은 잉글랜드 선수들에게 우승할 수 있다는 덕담을 건넸다. 패배 직후 가장 먼저 하기 어려운 행동 가운데 하나가 상대를 축하하는 일이다. 그것도 뭔가 손해를 봤다면 더더욱 하기 힘든 행동이었을 게다.
노르웨이 선수들은 울었다. 주저앉았고, 벤치에서 고개를 숙였다. 역전골을 허용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실수를 한 골키퍼 외르얀 닐란을 위로했다. 잉글랜드 선수들과 충돌하지 않았다. 악수를 거부하거나 상대 세리머니를 방해하지도 않았다. 심판을 둘러싸고 끝까지 항의하지 않았다.주장 마르틴 외데고르는 “쓰라리다”고 말했다. 스톨레 솔바켄 감독은 “최고 수준의 스포츠가 가장 아름답기도 하고 가장 잔인하기도 하다”고 말했는데 판정을 패배의 이유로 삼지 않았다. 판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노르웨이 일부 언론이 머쓱할 정도였다.
승자는 마음껏 웃을 수 있다. 패자가 상대를 존중하는 일은 훨씬 어렵다. 노르웨이는 하나로 뭉쳐 뛰었다. 이기든 지든 그들은 웃을 수도, 울 수도 있었다. 최선을 다했기에 승리한 상대를 축하할 수도 있었고 패배한 자신들을 탓하지도 않았다. 쓰라리다고 했고, 울었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그 감정을 상대와 심판을 공격하는 데 사용하지 않았다. 노르웨이 성적은 8강이지만 태도는 월드 챔피언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