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군, 군수 조카와 8년간 215건 수의계약
수주 실적 없던 업체들, 당선 뒤 계약 싹쓸이
지역 내 절대 권력자들 통치 수단 된 수의계약
건설업을 하는 A사는 경북 영양군청이 발주하는 사업 수의계약 현황에 2018년 9월 처음 등장한다. 사업자정보 조회 사이트에 업체가 등록된 것도 이 시점이다. 오도창 영양군수가 처음 군수로 당선된 지 석 달 뒤다. A사가 이후 4년 동안 맡은 수의계약은 가드레일 설치 등 88건, 8억1000만원대에 달했다. 2022년 오 군수가 재선되고 난 뒤 계약 건수는 1.5배 더 늘었다. 2기 재임 기간 A사는 영양군과 127건, 10억4000만원대 수의계약을 맺었다.
A사를 운영하는 사람은 오 군수의 조카다. 오 군수는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3선에 성공했다. 지방의원들이 관련 업체로 소속 지방자치단체와 수의계약을 맺는 행위가 문제가 되고 있지만, 그 정점에는 자치단체장이 있다. 영양군 사례 등을 보면 군수가 수의계약 사업을 무기로 지역에서 막강한 권한을 누린 정황이 포착된다.
12일 경향신문이 영양군 계약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오 군수의 조카뿐 아니라 6·3 지방선거 당시 오 군수 선거캠프에 있었거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운영하는 업체 역시 다수의 사업을 수의계약을 통해 수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의계약을 대가로 오 군수에게 정치자금이 전달됐다는 의혹이 수사·감사기관에 신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 군수의 조카인 A사 대표는 “조카라고 챙겨주는 건 절대 없고 제가 찾아다니면서 영업하고 있다”며 “다른 업체들과 비슷하게 (수의계약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군수는 “거론된 업체의 대표가 누군지도 몰랐고 측근도 아니다”라며 “(조카 업체 계약은) 사실상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엄격하게 했다”고 밝혔다.
지자체장, 수의계약 감독은커녕 의혹 중심에
지방자치단체의 수의계약 문제를 관리감독해야 할 단체장들이 스스로 의혹의 중심에 서고 있다. 지역에서 가진 절대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이권에 개입하면서 수사 대상에 오르내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경향신문이 경북 영양군의 계약정보를 확인한 결과, 오도창 영양군수의 선거를 도왔거나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들이 운영하는 업체들은 오 군수가 취임하기 전에는 수주 실적이 없었던 경우가 많았다. 건축공사와 인쇄광고업을 하고 있는 B업체도 2019년부터 계약 실적이 보이기 시작해 최근까지 178건, 36억원대 수의계약을 했다.
데크로드 시공업체인 C사 역시 2021년부터 영양군에서 수의계약을 따내기 시작해 최근까지 12건, 30억3000만원대 사업을 수주했다. C사가 진입한 이후 영양군에서 ‘데크’가 사업명에 들어가는 수의계약을 모두 추려보니, 전체 계약액에서 C사가 52.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D건설사는 오 군수의 재임 기간에 205건, 24억3000만원대에 이르는, 이전과 비슷한 규모의 수의계약을 유지했다. 영양군 국민의힘 당원협의회 관계자이자 오 군수 캠프에서 일했던 인물이 운영하는 한 커피숍은 2022년 9월 군 보건소 주관 행사에 간식을 제공하는 수의계약 1건(100만원)을 따내기도 했다.
지역에서는 오 군수가 일부 건설업자들에게 수의계약을 내주겠다고 약속하고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수사·감사기관에 관련 내용의 신고도 들어갔고, 몇몇 건설업자들은 해당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E건설사 대표는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오 군수로부터 ‘당선 시 도움 제공’ 약속을 받은 뒤 4000만원을 현금으로 전달했다고 주장한다. 2023년 5월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돈을 다시 달라고 요구해 돌려받았다고 한다. E건설사 대표는 지난 6·3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이 사실을 알렸으나 오 군수는 문제없이 공천을 받았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오 군수가 건설업자들에게 공사 수주나 가족 인사 청탁을 대가로 수천만원대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오 군수는 수의계약과 관련해 “공정하게 주려고 전체 업체에 나눠주는 식으로 조정했다”고 말했다. 2018년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4000만원은) 직접 받은 게 아니고 중간에 (측근이) 받은 것으로, 당시엔 알지 못했다”며 “(5년 만에 돌려준 건) 늦게 알아서 그랬다”고 말했다. 2022년의 금품 수수의혹 등은 부인했다.
군수·업자·지방의원의 수의계약 카르텔
영양군만의 문제는 아니다. 장세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영광군수는 2024년 9월 군수 재선거 당시 수의계약을 대가로 3억5000만원대 금품을 자녀를 통해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장 군수 자녀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장 군수는 “허위사실”이라며 금품을 제공했다고 주장한 업자를 고소했다. 그는 조카와 측근이 운영하는 제조업체가 수의계약을 다수 따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에 장 군수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해당 과에 확인해보라”고 했고, 영광군 재무과 경리팀장은 “직계혈족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수의계약이 가능하고 법상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정철원 전 전남광주시 담양군수는 본인 소유의 차명 업체로 수의계약을 따냈다는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정 전 군수는 “주식을 다 매도했고 대표직도 사임했다”고 말했다. 회사 건물을 계속 소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세를 받고 있고, 건물 1층은 개인 사무실로 쓰고 있다”고 했다.
유희태 전북 완주군수는 지난 지방선거 때 당내 경선 과정에서 수의계약을 대가로 지지를 호소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23일 완주군청을 압수수색했다. 구복규 전 전남광주시 화순군수는 금품을 받고 특정 업체에 수의계약을 몰아준 혐의로 지난달 25일 불구속 기소됐다.
지방계약법상 지자체장은 천재지변 등으로 긴급 복구 등의 공사가 필요할 때도 수의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다. 지역의 한 퇴직공무원은 “수해 복구가 긴급해서 (군수가 지정한) 특허가 있다는 회사에 수의계약을 주고 펌프장을 만들었는데 정작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몇년 뒤 또 침수되는 일도 있었다”며 “군수가 인사권을 쥐고 있으니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군수는 지역에서 완전히 황제”라고 말했다.
지자체장 소속 정당과 지방의회 다수당이 같으면 견제하기도 어렵다. 영양군은 오 군수가 민선 8기로 재임하던 시절 군의원 7명 전원이 군수와 같은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지방의원의 수의계약 문제가 많이 불거진 곳도 특정 정당이 독점하는 경북과 전남이었는데 지자체장도 비슷했다. 지자체장을 중심으로 업자와 지방의원들이 짬짜미하는 구조가 계속되는 이유다.
지역의 한 건설업자는 “지역에서 군수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며 “군수는 수의계약을 통치행위의 일부로 활용하면서 자기 식구를 관리한다”고 말했다. 또 “지방의원들은 본인이 직접 하거나 업자들을 연결해주고 이득을 보면서 군수와 공생할 뿐 견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 관련기사
의원님은 수주왕, 어떻게 취재했나
정보공개센터가 운영하는 ‘오픈와치’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서 민선 8기 지방의원의 경력, 민간업무 활동내역을 수집했다. 뉴스타파의 공직자 재산정보에서 의원들이 보유한 토지, 건물, 증권 내역을 찾았다. 이를 통해 의원 본인과 배우자·직계가족이 관련된 업체명을 추렸다. 이 업체명을 243개 지방자치단체가 공개하는 계약업체와 대조했다. 535만여건의 계약정보는 인공지능(AI) 도구 클로드코드로 추출했다. 회사와 의원 간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위해 500건에 가까운 법인,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떼서 확인했다.
공개된 자료를 기반으로 한 조사인 만큼, 이번에 발견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경향신문은 수집한 계약 현황을 누구나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공개한다. 아래 링크나 URL,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접속 가능하다.
https://www.khan.co.kr/kh_storytelling/2026/contract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