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편법·불법 안 가린 의원들의 ‘이권 장사’
본인 설립 단체에 재량 사업비 보조금으로
학교엔 김치 납품, 특조금 사업으로 뒷돈도 챙겨
지난달 30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양시 다압면의 한 매실밭의 도로에 열매가 떨어져 있다. 광양시는 2024년 1000만원 가량을 들여 이 매실밭 주변의 산길을 새로 포장했다. 이 밭은 개인 소유로 다른 주민들이 새로 포장된 길을 이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 경향신문 2026년 7월6일자 1면 기사 참조. 광양|권도현 기자
지방의원에게 지방자치단체와 맺는 수의계약은 사익을 추구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지자체 보조금을 끌어오거나 관내 학교를 공략하기도 한다. 업체 부탁을 받고 이권사업을 끌어와 대가를 챙기는 경우도 있다.
12일 경향신문이 충남 당진시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등에 따르면, 당진시는 지난 4년간 ‘당진웰다잉문화연구회(이하 웰다잉연구회)’ ‘한국시낭송가협회 당진지회(이하 당진지회)’에 각각 3100만원, 54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두 단체 모두 지난 지방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김명회 당진시의원이 설립해 초대 회장을 지낸 곳이며, 김 의원 배우자 소유 건물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당진지회는 보조금이 지원될 당시 김 의원의 배우자가 부회장으로 있었다.
웰다잉연구회는 청소년 대상 자살예방 교육을 하는 사업을 맡아 당진시로부터 매년 보조금을 받았다. 해당 사업은 김 의원이 자신의 몫으로 할당된 재량사업비로 편성했다. 재량사업비란 지방의원이 소규모 지역 민원 사업을 해결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돈으로, 법적 근거가 없어 감사원 등이 폐지를 권고했지만 여전히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예산이다. 김 의원은 “초대회장일 뿐 현재는 회원이 아니다”라며 “사업도 공모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4년간 사업 공모에 참여한 단체는 웰다잉연구회 한 곳뿐이었다.
이동호 전 강원도 동해시의원은 지난 임기 동안 배우자가 유일한 등기이사로 있는 김치공장을 통해 동해시 소재 학교 7곳에 김치를 수의계약으로 납품했다. 총 24건, 액수는 6000여만원이었다. 이 전 의원은 “김치공장이 동해시에 하나밖에 없다”며 “고등학교는 도 관할이라 시의원이 수의계약을 해도 법적으로 걸리는 건 없다”고 했다.
지방의원이 고문을 맡았던 회사가 수의계약을 따내는 경우도 있다. 민선 8기 수도권 A시의 기초의원을 지낸 B씨는 당선 전 컨설팅업체를 운영하면서 한 회사의 고문을 지냈다. B씨가 고문을 맡고 이 회사는 A시에서 수의계약을 맺기 시작했는데, B씨가 당선 후 고문직을 내려놓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수의계약을 따냈다. B씨는 이번 선거에서 낙선한 뒤 다시 A사의 고문으로 추대됐다. B씨는 “당선 전에는 조달, 입찰을 등록하는 업무 컨설팅을 해줬고 현재는 연구소 설립 관련 자문을 하고 있다”며 “수의계약 부분은 전혀 모른다”고 했다.
이보다 더 음성적인 경우도 있다. 지난 2월 민선 8기 경기도의원이었던 이기환·정승현(이상 안산)·박세원(화성) 전 도의원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이들은 업체 대표의 부탁을 받고 경기도에서 각 기초단체로 할당하는 특별조정교부금(특조금)을 이용해 해당 업체와 관련한 사업을 기초단체에 만들었다. 이후 ‘뜻대로 되지 않으면 특조금을 반납하겠다’거나 ‘다른 놈들 눈독 못들이게 잘하라’며 관련 공무원을 압박해 해당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게 하고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씩 뒷돈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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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취재했나
정보공개센터가 운영하는 ‘오픈와치’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서 민선 8기 지방의원의 경력, 민간업무 활동내역을 수집했다. 뉴스타파의 공직자 재산정보에서 의원들이 보유한 토지, 건물, 증권 내역을 찾았다. 이를 통해 의원 본인과 배우자·직계가족이 관련된 업체명을 추렸다. 이 업체명을 243개 지방자치단체가 공개하는 계약업체와 대조했다. 535만여건의 계약정보는 인공지능(AI) 도구 클로드코드로 추출했다. 회사와 의원 간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위해 500건에 가까운 법인,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떼서 확인했다.
공개된 자료를 기반으로 한 조사인 만큼, 이번에 발견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경향신문은 수집한 계약 현황을 누구나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공개한다. 아래 링크나 URL,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접속 가능하다.
https://www.khan.co.kr/kh_storytelling/2026/contract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