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주력한 ‘K-방산 세일즈’
품질 넘어 안보협력 변수가 ‘상수화’
‘K-방산’이 국위선양의 최전선에 있는 요즘입니다.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데 납기도 짧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마르크 뤼터 사무총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을 사랑한다. 한국은 환상적인 방위산업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기도 했어요. 무기 판매는 조금 특별한 비즈니스입니다. 반도체를 잘 팔면 좋은 것과는 사정이 좀 다른데요. 오늘 점선면에서 짚어보겠습니다.
품질 아무리 좋아도…안보협력 변수가 ‘상수’ 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해외 순방 주제는 ‘K-방산’이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지난 7~9일 이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등 일정을 소화하면서 ‘방산 영업’에 전념했어요. 국익을 최우선에 놓는다는 이재명 정부 실용주의를 보여줬다고 분석되는데 짚어봐야 할 지점들이 있습니다.
방산은 복잡한 산업입니다. 단순히 반도체나 자동차처럼 경쟁력 있는 상품을 잘 만들어 파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어요. 무기를 어떤 나라에 판매할 때, 우리는 그 국가와 대립하는 나라와의 관계도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무기 거래를 할 때 UAE와 대척 관계인 이란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어요. 나토와 무기 계약을 맺을 때는 러시아를 살펴야 하고요.
제품만 좋다고 다 되는 일도 아닙니다. 한국 방산기업들이 납기를 잘 맞춰주고, 가격 경쟁력이 있고, 기술이 우수해도 그 이상의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최근 발주국들이 국제 정세에서 이해관계가 같거나 동맹적 지위에 있는 국가에 사업을 맡기려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얼마 전 한국이 독일에 밀린 캐나다 해군 차세대 잠수함 건조 사업이 대표적 예시예요. 정부까지 나서 총력전을 펼쳤는데도 한국 기업이 선정되지 못했습니다. 캐나다가 같은 나토 참여국인 독일의 손을 들어줬다는 데서 ‘나토의 벽’에 가로막혔다는 평가가 나왔어요. 지난해 11월 폴란드 잠수함 사업 수주전에서 한국이 스웨덴에 밀린 사례도 있고요.
국가안보전략연구원도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가격 경쟁력, 납기 보장 등 K-방산의 장점들이 향후 수주 성공을 담보하는 절대적 조건은 아니’라고 분석했어요. 대신 ‘안보협력 변수가 상수화되고 있다’는 거예요. 전략적으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지 않는 시장에는 진입 자체가 가로막힐 수 있다는 해설도 덧붙였습니다. ‘무기만 팔고, 나머지는 신경 안 쓰고 빠지겠다’는 식은 이제 통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나토 방산포럼에서 한국과 나토가 단순 ‘무기거래’를 넘어 “무기체계를 함께 연구·생산·운용하는 ‘한-나토 방위산업 파트너십 2.0’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렇다고 나토의 범주 안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파트너국으로 협력을 하는 것”이라고 했고요. 그런데 이런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진다는 겁니다.
근본적으로는 무기가 살상성을 가졌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한국 대통령이 평화·공존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K-방산을 홍보하는 것이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셈이 될 수 있어요. 한국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과 외교적 체급을 고려한다면 방산 세일즈에 보다 정교한 접근법이 필요해 보입니다.
‘방산 강국’이라는 ‘국뽕성’ 구호에 이런 맥락들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무기 판매에는 필연적으로 정치적 의미가 따라붙기 때문에 우리도 국제 정세와 다자 간 관계를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K-방산 전략을 짜야겠습니다. 그래야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우리 방위산업이 진정 국익에 기여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면서도 무엇보다, 언제나 평화를 최우선의 원칙으로 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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