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에 맞아 사망한 멕시코 운전자 로렌조 살가도를 추모하는 집회에서 한 어린이가 촛불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에 맞아 숨진 멕시코 국적의 남성 로렌소 살가도의 죽음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닷새째 이어지고 있다. 무고한 이주민의 죽음을 향한 시민들의 슬픔과 분노가 미 전역으로 옮겨붙을 조짐도 보인다.
12일(현지시간) 살가도가 숨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시 시청 앞에는 애도와 추모의 뜻을 전하려 모여든 시민들이 놓고간 조화와 사진, 촛불이 늘어섰다. 액자에는 그가 52번째 생일을 맞아 찍은 사진이 담겼고, 시청 계단에는 ‘어떤 사람도 불법일 수 없다(Ningún ser humano es ilegal)’ 문구가 적힌 검은색 티셔츠가 걸렸다. 살가도의 사진과 성모 마리아가 담긴 액자 사이에는 작은 멕시코 깃발이 꽂혀 있었다. 시민들은 가져온 초에 불을 붙여 사진 앞에 세우고는 묵념 하거나, 성호를 그으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살가도가 목숨을 잃은 사고 현장 인근에서도 추모 목소리가 이어졌다. 사고 현장에 있던 전신주를 가운데 두고 촛불과 조화, ‘ICE OUT’ ‘JUSTICE 4 LORENZO’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이 놓였다.
CNN은 이날 저녁 휴스턴 시청 앞에 수백명의 시민들이 모여 살가도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규명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시청에서 출발해 휴스턴 시내에 있는 이민자 구금 시설까지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ICE의 살인 면책을 끝내라’ 등의 손팻말을 들고 행진에 참가했다. 마우리 버드 루카스는 CNN 인터뷰에서 “오늘날에도 사람들이 인종을 무기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11일(현지시간) 텍사스주 휴스턴 시내 시청에서 멕시코 이민자 로렌조 살가도 사망 사건과 관련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날 열린 추모식에서 민주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 4명은 살가도 사망 사건에 대한 독립적 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크리스천 메네피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손에 살가도의 피가 묻어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그는 미국 정부에 의해 살해당한 한 인간이었다”고 했다.
살가도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가 하나씩 드러나며 공분은 커지고 있다. 살가도가 당초 ICE가 체포하려던 단속 대상자가 아니었다는 점, ICE 요원 누구도 바디캠을 차고 있지 않았던 점, ‘차량으로 단속 요원을 공격했다’는 ICE 요원과 당시 현장의 증언이 배치되는 점 등도 의혹을 키우는 요인이다.
ICE의 성의 없는 대응도 불신을 키우고 있다. CNN은 텍사스 주 관계자들이 연방 당국으로부터 아무 정보도 제공받지 못했으며, 살가도의 차량 등 핵심 증거나 사고 현장에 대한 접근을 제한당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숀 티어 해리스 카운티 지방검사는 CNN에 “우리가 접하는 정보는 엑스에서 얻을 수 있는 것에 불과한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토안보수사국(HSI)와 ICE가 협력해 최소한의 중요 증거라도 우리와 공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에 대한 반감은 살가도의 죽음을 계기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CNN은 뉴저지·캘리포니아·애리조나·볼티모어 등 전국 각지의 지역 단체들이 촛불 집회와 각종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살가도는 지난 7일 건설현장 출근길에 ICE 요원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살가도의 죽음이 알려진 후 미 국토안보부(DHS)는 살가도가 법적인 체류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며, 그가 차량으로 ICE 요원을 들이받으려 했기 때문에 정당방위 차원에서 총기를 사용한 것이라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