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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신은 뛰지 않는다, 그저 걸을뿐’···느릿느릿 ‘거북이 메시’ 월드컵 지배한 비결

2026.07.13 15:34 입력 2026.07.13 15:44 수정 김세훈 기자

리오넬 메시. AP

리오넬 메시(39·아르헨티나)는 북중미 월드컵에서 누구보다 적게 뛰는 선수다.

글로벌 매체 디애슬레틱은 지난 11일 FIFA 트래킹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메시는 이번 대회에서 움직인 시간의 63%를 걷는 데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모든 필드 플레이어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여기에 25%는 거의 제자리에서 서 있었고, 가볍게 조깅한 비율은 8.6%에 불과했다. 대회 평균(2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력 질주는 더욱 드물었다.

데이터에 따르면 메시는 골키퍼를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 618명 가운데 경기당 이동거리 최하위에 자리했다. 90분당 평균 이동거리는 약 8.1㎞에 그쳤고, 경기당 약 4.41㎞를 걸어 필드 플레이어 가운데 걷는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월드컵에서 선수들이 경기 시간 중 얼마나 많이 걸었는지를 보여주는 그래픽. 가로축은 걷는 데 쓴 시간의 비율이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경기 중 더 오래 걸었다는 뜻이다. 여기서 ‘걷기’는 시속 2.5~7.2㎞ 속도로 움직인 시간을 말한다. 오른쪽 끝 파란 점이 리오넬 메시다. 메시는 경기 시간의 약 63%를 걸은 것으로 나타났다. 디애슬레틱

겉으로 보면 활동량이 부족한 선수처럼 보인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메시는 8강 이전까지 공격 지역 터치 3위, 결정적 기회 창출 15회로 3위, 8골로 킬리안 음바페와 함께 득점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적게 뛰면서도 가장 많은 위협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FIFA 위치 추적 데이터를 보면 메시는 경기장 전체를 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센터서클 오른쪽과 페널티박스 사이, 이른바 ‘인사이드 라이트 하프스페이스’에 가장 오래 머문다. 이곳은 왼발잡이 메시가 몸을 돌려 드리블하거나 침투 패스를 연결하기 가장 좋은 공간이다. 프랑스 대표팀 수비수 출신 라파엘 바란은 이를 “메시는 누구 책임인지 모르는 공간으로 걸어 들어가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상대 미드필더가 막아야 하는지, 풀백이 따라가야 하는지, 중앙수비수가 나와야 하는지 순간적으로 판단이 흐려지는 지점을 정확하게 찾아낸다는 뜻이다.

메시가 북중미월드컵에서 보여준 이동 속도별 비중. 메시는 이번 월드컵에서 경기 시간의 62.2%를 걸었고, 24.7%는 서 있었다. 전력 질주한 시간은 0.1%에 불과했다. 디애슬레틱

메시의 또 다른 특징은 오프사이드 라인을 공략하는 방식이다. 대부분 공격수들은 급하게 온사이드 위치로 복귀하지만 메시는 오히려 천천히 걸으며 수비수 시야 밖에 머문다. 수비가 메시를 놓치는 순간 단 한 번의 짧은 가속으로 온사이드 위치를 만들고 뒷공간을 파고든다. 수비수 입장에서는 더욱 어렵다. 과거 아스널에서 메시를 상대했던 윌리엄 갈라스는 “가까이 붙어도 문제이고 떨어져 있어도 문제였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메시가 원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회상했다.

메시는 필요할 때만 달린다. 디애슬레틱 분석에 따르면 메시가 공을 가진 상황에서 시작한 러닝의 71%는 공격지역에서 끝났고, 21%는 페널티박스 안으로 연결됐다. 의미 없는 왕복 질주는 거의 없고, 대부분 득점이나 슈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움직임이었다.

이집트와의 16강전은 메시가 경기 흐름에 따라 역할까지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 경기였다. 아르헨티나는 종료 15분 전까지 0-2로 끌려갔다. 메시는 평소처럼 중앙에서 기다리지 않았다. 바르셀로나 시절처럼 측면으로 이동해 직접 드리블을 시도했고, 상대 수비 균형을 무너뜨리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나이가 들면서 활동량은 줄었지만 경기 상황에 따라 역할을 바꾸는 능력은 여전히 정상급이라는 사실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물론 단점도 있다. 메시는 수비 상황에서 강한 전방 압박이나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만큼 동료들의 수비 부담은 커진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이를 기꺼이 감수한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함께 뛰었던 파블로 사발레타는 “공격수들이 두 배 더 뛰어야 한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메시는 그 이상의 가치를 돌려준다”고 설명했다.

디애슬레틱은 “메시의 걷기는 게으름이 아니다”라며 “걷는 동안 그는 상대 수비 위치를 확인하고, 누가 자신을 놓치는지 계산하며, 가장 위험한 공간을 찾는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단 한 번의 움직임으로 경기를 끝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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