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경찰청사 전경. 경북청 제공
친구를 살해한 뒤 피를 흘리며 알몸으로 거리를 배회하던 20대 남성을 경찰이 범행 직후 마주쳤으나 현장에서 붙잡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에는 살인사건 신고가 접수되기 전이었지만, 경찰관이 순찰차에서 내려 A씨를 제지하거나 신원을 확인하는 모습은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확인되지 않아 초동 대응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경찰과 유족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일 오전 4시25분쯤 경북 경산시 하양읍의 한 도로에서 순찰차와 마주쳤다. A씨가 친구 B씨(20대)를 흉기로 살해한 뒤 범행 장소를 빠져나온 직후였다.
CCTV 영상에는 A씨를 발견한 순찰차가 후진해 가까이 접근하는 모습이 담겼다. 당시 A씨는 온몸에 문신을 한 알몸 상태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잠시 걸어가던 A씨는 갑자기 뛰어 달아났다. 경찰관이 차에서 내려 신원을 확인하거나 제지하는 모습은 영상에 담기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오전 4시18분쯤 ‘온몸에 문신인 사람이 피를 묻힌 채 들어와서 우유를 계산하지 않고 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에는 살인사건 신고가 접수되기 전이었지만 A씨를 사건 관련자로 판단해 멈추라고 지시했다”며 “A씨가 달아나 순찰차로 뒤따른 뒤 혈흔을 따라 추적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가 달아난 샛길이 큰길로 이어진다고 보고 순찰차로 우회해 이동했지만, A씨가 나타나지 않자 차에서 내려 수색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오전 4시35분쯤 “친구가 숨졌다”는 추가 신고가 접수됐다.
A씨는 이후 범행 장소인 아파트로 돌아가 먼저 도착해 있던 피해자 친구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경찰은 오전 4시46분쯤 해당 아파트에 도착해 수색한 뒤 오전 4시57분쯤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유족 측은 입장문을 통해 경찰이 피가 묻은 알몸 상태의 A씨를 발견하고도 즉시 제압하지 않아 체포가 늦어졌고 추가 피해나 증거 훼손 위험을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북경찰청은 지난 10일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A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 A씨가 공개 결정에 이의를 제기함에 따라 신상정보는 오는 16일 오전 9시부터 30일간 경북경찰청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A씨는 지난 4일 경산시 하양읍 자신의 아파트에서 친구 B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범행 뒤에 알몸 상태로 편의점에 들어가 우유를 마신 뒤 계산하지 않고 거리를 배회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흉기에 찔린 B씨가 다른 친구에게 구조를 요청하기 위해 통화하던 중 전화를 빼앗아 “나 귀엽지”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