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7일 잠실 올림픽공원 ‘배표소 봉쇄 시위’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 시절, 정치인은 물론이요 저잣거리 장삼이사들이 대통령에게 막말하는 걸 상상하기 힘들었다. ‘막걸리 보안법’의 서슬이 퍼렇던 때라 쥐도 새도 모르게 관계기관에 끌려가 치도곤을 당하기 십상이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비로소 대통령을 욕할 자유가 생겼다. 그 자유를 한껏 구가한 것이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소설가 출신 김홍신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공업용 미싱’ 발언이다.
김 전 의원은 1998년 시흥 정당연설회에서 “사람이 죽으면 염라대왕이 잘못한 것만큼 그 사람을 바늘로 뜨는데 김(대중) 대통령과 임창렬 후보는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하고 사람들을 너무 많이 속여서 ‘공업용 미싱’으로 박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여권은 발칵 뒤집혔다. 여당은 “묵과할 수 없다”며 김 전 의원을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김 전 의원 자택과 의원회관 사무실에는 욕설과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어디 한번 미싱으로 뭘 박는지 보자”며 가정용 미싱을 사서 김 의원 사무실에 보낸 시민도 있었다. 김 전 의원은 형법상 모욕죄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야당 막말에 가장 시달린 건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압권은 한나라당 의원 24명이 구성한 극단 ‘여의도’가 2004년 의원 연찬회에서 공연한 연극 <환생경제>였다. 이 공연은 극중 ‘노가리’를 향한 “ⅩⅩⅩ 달 자격도 없는 놈” “육ⅩⅩ놈” 따위 질펀한 욕설의 향연이었다. ‘노가리’는 말할 것도 없이 노 전 대통령을 가리켰다. 비판의 품격, 풍자의 격조라고는 찾을 수 없는 경멸감의 단순 배설에 불과했다.
근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올림픽공원 봉쇄시위에 나가 “재명아 봤지? 들었지? 그럼 국민 특검 받아야지” “재명아, 고등학생 말고 나랑 싸우자”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제1야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저리 대놓고 반말을 한 건 처음 본다. 다른 사람이 저러면 ‘정치의 품격’ 운운하며 지적이라도 하겠지만 장 대표에겐 그러기도 난감하다. 부정선거 음모론 등 모든 면에서 장 대표 정치는 상궤를 이탈한 상태다. 정치의 그런 비정상성이 언어의 비정상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거기에 대고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런 사람이 제1야당 대표라는 게 개탄스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