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기. 한수빈 기자
아버지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훔친 휴대전화로 수천만원을 빼돌린 남매가 재판에 넘겨졌다. 당초 경찰은 누나의 남자친구만 사기 혐의로 송치했지만 검찰이 보완수사를 통해 남매의 가담사실도 밝혀냈다.
13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울산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이호석)는 지난달 22일 남모양(18)과 그의 남자친구인 정모군(18)을 형법상 강도·컴퓨터등사용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남양의 동생인 남모군(15)은 같은 혐의로 법원 소년부에 소년보호사건 송치했다. 남군은 법원 결정에 따라 1호(보호자 감호 위탁)부터 10호(2년 이내 소년원 송치)까지의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이들은 2024년 9월 남군 남매의 아버지 남모씨(47)에게 수면제를 섞은 커피를 먹여 남씨가 깊은 잠에 빠지자 휴대전화를 훔치고, 남씨의 휴대전화로 은행에서 비대면 대출받은 3100만원을 포함해 남씨 계좌에서 4200만원을 이체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이 돈으로 금을 구입한 뒤 다시 금은방에 판매해 현금화했고, 이를 남양의 피부관리 비용 등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울산남부경찰서는 2024년 10월 정군이 남씨의 휴대전화로 비대면 대출을 받은 것에 대해서만 컴퓨터등사용사기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당시는 ‘친족 사이 재산범죄는 처벌을 면제한다’는 친족상도례 조항(형법 328조 1항)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기 전이었기 때문에 경찰은 남씨의 아들인 남군에 대해선 입건하지 않았다.
정군은 경찰 조사에서 공범으로 남양을 지목해 ‘수면제를 먹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남양이 ‘나는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동생인 남군도 ‘누나는 안 했다’고 진술한다는 이유로 수면제에 대한 추가 조사 없이 사건을 종결했다.
울산지검은 지난해 11월 보완수사에 착수했다. 정군은 검찰 조사에서 “처음부터 수면제를 먹이려고 남씨 남매와 계획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검찰이 남씨 남매를 정군과 한 자리에 불러 대질조사하자 남매는 범행을 자백했다. 이들은 “남양이 정신의학과에서 처방받은 수면제와 약국에서 구매한 수면유도제 10~20알을 돌로 빻아 가루로 만든 뒤 편의점 커피에 섞어 아버지에게 줬다”고 털어놨다.
검찰은 남씨 남매에게 강도·컴퓨터등사용사기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들이 아버지의 휴대전화를 훔쳐 은행을 상대로 비대면 대출을 받은 행위는 친족상도례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남군에 대해선 누나와 정군의 지시로 범행에 가담했고 경제적 이익도 없었던 사실을 감안해 기소하지 않고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