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LoL) 시즌 초기를 재구성한 ‘롤 클래식’의 화면 구성 예시. 라이엇게임즈 홈페이지 갈무리.
게임을 좋아하는 직장인 A씨(30)는 최근 메이플스토리 클래식 버전을 즐겨 한다. 메이플스토리는 출시 20년이 넘은 장수게임이다. 그는 “최근 게임에 비하면 많이 느리고 답답하다”면서도 “화려한 스킬보다는 중고등학생 시절의 경험을 되살려보고 싶어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게임업계에서 과거 원작 게임의 설정과 분위기를 되살린 ‘클래식’ 게임 바람이 불고 있다. 게임업계 ‘큰 손’으로 떠오른 3040세대를 겨냥한 ‘향수 마케팅’으로 풀이된다. 신작 개발 비용이 막대하게 들지만 흥행을 보장하기 어려워진 반면, 상대적으로 검증된 기존 게임을 통해 사용자를 유인할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 개발사 라이엇게임즈는 지난 12일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결승전에서 ‘롤 클래식’을 오는 30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롤 클래식은 2010년대 초반 나왔던 시즌 2·3 게임 환경을 재구성한 모드로, 당시 챔피언과 맵 지형·아이템 등을 복구한 것이 특징이다.
넥슨은 지난달 23일 원작과 같은 이름의 신작 ‘크레이지 레이싱 카트라이더’ 개발을 공식화했다. 개발진은 원작의 주행·조작감을 계승했다고 강조했다. 전작 ‘카트라이더: 드리프트’가 원작과 차별화를 내세웠다가 혹평을 받고 서비스를 종료한 뒤 전략을 바꾼 셈이다. 넥슨은 지난 4월 ‘글로벌 메이플 클래식 월드’의 비공개 온라인 테스트도 진행했다. 그간 메이플스토리 클래식 버전은 외부 개발사가 넥슨 플랫폼을 통해 운영해왔는데, 넥슨이 직접 개발·운영에 뛰어든 것이다.
이런 게임사들의 움직임은 게임산업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30~40대가 핵심 이용층으로 떠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이용률은 50.2%로 전년대비 9.7%포인트 하락했다. 3년 연속 하락세다. 20대(85.1%→69.8%)의 하락폭이 두드러졌고, 40대(60.7%→53.3%)는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작았다. 원스토어에 따르면 40대는 1인당 결제액이 가장 높은 세대다.
신작 개발비 상승도 클래식 게임 확대의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2010년대 중반까지만 개발비 1억달러를 넘는 게임이 극소수였지만 최근에는 개발비가 2~3억달러에 달하는 게임도 여럿 나오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개발비를 투입해도 흥행 여부는 미지수다. PC방 이용시간 통계업체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2023년 6월 상위 10개 게임 중 8개가 지난달에도 여전히 10위권을 유지했다.
넥슨이 개발하고 있는 ‘크레이지레이싱 카트라이더’ 클래식 버전 게임 화면 예시. 넥슨 홈페이지 갈무리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신작은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세계관이나 인터페이스를 설득시켜야 한다는 게 큰 과제”라며 “개발비도 과거보다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검증된 IP를 이어가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클래식 게임은 블록버스터급 매출을 올리기는 어렵지만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엔씨는 지난 2월11일 ‘리니지 클래식’ 정액제 서비스를 시작한 후 90일 만에 누적 매출 1924억원을 기록했다. 혈맹과 사냥터 경쟁 등 원작 콘텐츠를 충실히 복원한 것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은 “클래식 게임은 지금 30~40대가 가장 자유롭게 게임을 즐겼던 시절의 기억을 되살린다는 점에서 ‘향수 마케팅’의 일환”이라며 “게임이 점점 복잡해지면서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게임도 공부해야 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오는 만큼 이탈한 이용자들을 다시 불러오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광고비를 들이지 않고도 일정 수준의 사용자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 지적재산권(IP)가 게임사들의 주요 경쟁 자산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